마사회 전문 자문기구 설립, 경마산업 관리감독 강화한다
by이명철 기자
2020.05.25 11:00:00
농식품부, 마사회법 개정…인허가·정책결정 자문
불법경마 설계·제작·홍보 등 신고포상금 대상 포함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고(故) 문중원 기수의 사망을 계기로 불거진 부정 경마 의혹 등 경마산업의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명의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기구를 만들어 경마에 대한 주요 정책 사항 직접 개입에 들어가는 것이다. 불법·부정 경마를 근절하기 위해 신고 포상금 범위를 넓혀 파파라치 제도 활성화도 도모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의결된 한국마사회법 개정법률안이 오는 26일 개정·공포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개정안은 농식품부 장관의 경마 감독 전문성을 보완하고 지도감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자문기구를 설치하고 마사회 장외발매소에 대한 개선 명령 등의 내용을 담았다.
경마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공공기관인 한국마사회는 지금도 관련법에 따라 농식품부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다. 최근 문 기수를 비롯해 잇단 논란이 발생하자 마사회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농식품부 내 담당 과에서 마사회에 대한 감사 등을 시행 중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자문기구 도입 필요성이 커졌다”며 “과거부터 (자문기구 설립은) 추진하고 있었지만 최근 논란 발생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마사회와 경마산업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11월 부산·경남 지역의 문중원 기수가 부정 경마와 조교사 개업비리 의혹을 제기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불거졌다. 문 기수는 유서에서 마방 임대 관련 마사회 특정 직원의 유착 의혹과 경마 시 조교사들에게 말을 살살 타도록 하는 등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이와 관련해 승자가 상금 대부분을 가져가는 분배 방식을 개선해 경쟁 구도를 완화하고 승률 중하위권 기수들의 경마 출전 횟수를 보장하는 등 경마 제도 개선 과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문 기수 유족과 노조측에서는 마사회의 적폐 청산을 주장하며 기수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3월 마사회와 유족·노조측이 ‘부산경마공원 사망사고 재발 방지안’에 합의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여전히 마사회 등 경마산업의 개혁의 요구는 높은 상황이다.
특히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함으로써 2015~2018년 최고 등급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사회 상임이사들이 업무 시간 중 음주가무를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도덕적 해이 문제도 나왔다.
개정안은 경마시행 관련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행산업·말산업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경마감독위원회를 설치토록 했다. 위원회는 경마장 설치 등 정부 인허가 사항과 경마시행 관련 주요 정책결정 사항 등을 자문토록 했다.
명칭은 자문기구지만 농식품부 장관 소속에 둠으로써 사실상 전반적인 정책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위원회를 통해 마사회와 경마 지도·감독 실효성을 높이고 인허가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했다.
불법 사설 경마에 대한 신고포상금 지급 대상을 확대해 부정 경마 확산 방지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행 법은 경마 유사행위, 불법 사설경마, 경마비위 행위에 한해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개정안은 불법 경마를 조장하는 불법 사설경마 시스템 설계·제작·유통·홍보 행위도 신고포상금 지급대상에 포함해 관련 신고가 활성화되도록 했다.
교통혼잡, 무질서 등으로 지역 생활환경과 청소년 학습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장외 마권발매소의 관리도 강화한다.
개정안은 장외발매소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개선 조치가 필요할 경우 개선 명령 근거를 마련했다. 장외발매소 설치에 따른 민원 등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고 사후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한 조치다.
이밖에도 경주 취소 등 사유로 무효로 된 마권에 대한 경마고객의 구매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90일에서 1년으로 확대해 경마 고객 권리를 강화했다.
과태료 부과유형에서 법률상 의무 준수자와 과태료 부담자간 불일치 문제를 정비하고 지역 영향평가 결과에 따른 개선명령 준수 의무 위반 시 과태료 부과 근거도 마련했다. 경마감독위원회 위원 중 비(非)공무원에 뇌물죄 등을 적용할 때 공무원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토록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마사회 지도·감독의 전문성과 실효성을 높이고 장외발매소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계기관 등 의견수렴을 거쳐 하위법령 개정을 차질 없이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