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누를 땐 이쑤시개로"…코로나19가 바꾼 웃픈 일상
by손의연 기자
2020.03.01 18:12:18
엘리베이터 버튼 누를 땐 이쑤시개…계단만 이용하기도
미용실도 '비상' 손님들 마스크 쓰고 시술 받아
공항에선 물안경에 우비…"최대한 사람 접촉 피하겠다"
[이데일리 사건팀] “아무래도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걸 피하려다 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나온 지 40여 일 만에 3500명을 넘어섰다. 단기간에 많은 확진자가 나와 불안에 떠는 시민들은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 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시민들의 일상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어떤 광경들은 ‘웃프기까지(슬픈데 웃기도 한)’ 하다.
|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상점에 이른바 ‘코로나 모자’가 진열돼 있다. (사진=이용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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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한 상가 엘리베이터 안에는 이쑤시개가 잔뜩 꽂힌 판이 붙었다. 여기엔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해 이쑤시개로 버튼을 눌러주세요’라는 안내글이 써 있었다.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쑤시개와 비닐장갑을 비치한 사례를 들며 “우리 아파트는 뭘 하고 있느냐”는 항의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나무젓가락을 이용한다는 김모(58)씨는 “주민 중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모르니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사용 이유를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 감염된 사례가 나오자 시민들은 공용시설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40대 남성 이모씨는 “엘리베이터에 1분 머무른 것만으로 감염된 사례가 나와 엘리베이터를 절대 타지 않는다”라며 “두 아들과 10층 넘게 계단으로만 올라갔다”고 말했다.
손님과 밀접하게 접촉할 수밖에 없는 미용사도 코로나19 확산에 난감하다. 미용실을 찾는 손님들은 시술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 양천구 한 미용실 원장 A씨는 “고객의 얼굴에 묻은 머리카락을 털어주려고 쓰는 스펀지도 코로나 때문에 쓸 수 없다”며 “고객들에게 머리를 자르는 내내 얼굴 가리개를 쓰고 있어 달라고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한 미용실 점장 B씨도 “손님이 마스크를 쓴 채 시술받는 경우가 많은데 염색약이나 샴푸가 마스크에 최대한 묻지 않게 해 드리려 한다”며 “1회용 필름지를 손님 헤어라인에 붙이기도 하고 도구를 더 자주 소독한다”고 말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가운데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어머니가 자녀에게 마스크와 물안경을 씌워주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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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 우비를 입고 다니겠다는 시민들도 있다. 바이러스가 옷과 가방 등에 묻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한 40대 여성은 “남편이 유난이라고 참으라 해도 내가 불안해 집에 둔 일회용 비옷을 이용할 생각”면서 “밖에 나갈 때 완전무장하고 집에 들어와 후다닥 벗어 버리면 편리할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마스크난이 이어지자 온라인에선 특이한 상품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른바 ‘코로나 모자’ 또는 ‘방역 모자’다. 모자 밑에 필름이 붙어 있어 얼굴 전체를 외부로부터 가리는 형태다. 한 업자는 “요새 마스크 구하기도 힘들고, 비싸서 사람들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썬캡을 산다”면서 “요즘 지하철 같은 데서 보면 어르신들이 많이 쓰고 다니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라면 서울 한복판에 모인 사람들을 보고 그냥 지나쳤을 시민들도 사람 무리를 보면 피하기 바쁘다. 지난 26일 오후 8시쯤 한 시민이 경찰에 “이 시국에 어떤 사람들이 보신각에서 무슨 집회를 벌이고 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집회 때문이 아니라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이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보신각이 포켓몬 랜드마크여서 ‘보스몬’을 잡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것”이라며 “보스몬을 잡으면 유니크한 아이템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의 우려가 큰 만큼 별의별 사건이 들어온다”면서 “지금 시국에 시민들이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작은 신고라도 재차 확인하고 현장 출동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