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봤어요]'운전의 재미에 입문하다' BMW 1시리즈

by김형욱 기자
2016.03.26 13:27:45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주는 국내 유일 후륜 소형차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수입차 대중화 시대다. 어느 정도의 비용만 준비됐다면 오히려 선택지가 너무 많아 고민이다. 특히 경험이 많지 않을 때의 첫차는 더 그렇다. 실용성을 따진다면 낮은 가격대의 무난한 차를, 레저를 즐긴다면 SUV를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하려면 좀 더 고급스럽고 잘 달리는 차를 고르면 된다. 보통 사람은 범접할 수 없던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아우디 같은 고급 브랜드도 최근 수년 새 눈높이를 낮췄다. 3000만원대 고급 소형차도 즐비하다.

BMW 1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가장 먼저 국내에 소개된 고급 소형차다. 5~6년 새 경쟁자가 잇달아 나왔지만 그 와중에도 아직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 오랜만에 BMW 1시리즈를 다시 한번 타보며 이를 새삼 실감했다.

시승 모델은 지난해 출시한 2세대 부분변경 모델 뉴 118d 스포츠다. 같은 크기, 같은 파워트레인이지만 디자인도 다듬고 엔진 세팅도 좀 더 강하고 효율적으로 변했다. (사진=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BMW 뉴 1시리즈.
BMW 뉴 1시리즈.
BMW 뉴 1시리즈.
BMW 뉴 1시리즈.
제법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줬다. 밟는 대로 나갔다. 꺾는 만큼 꺾였다. 순수한 운전의 재미는 이렇듯 차가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줄 때 느끼게 마련이다.

뉴 118d의 성능 수치가 두드러지는 건 아니다. 최고출력 150마력의 배기량 2.0리터 4기통 터보 직분사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최대토크 32.6㎏·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8.1초에 주파하고 최고시속은 212㎞다.

그러나 수치 이상의 재미가 있다. 서스펜션 세팅이 단단하다. 시속 100㎞ 전후 고속 주행 때의 과감한 코너링도 부드럽게 소화한다. 액셀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의 폭발력도 느껴진다. 일반 도로여서 차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내 보지 못한 게 아쉽다.

특히 동급 유일의 후륜구동(뒷바퀴굴림)차다. 달리는 재주가 남다르다. 동급 벤츠 A클래스나 아우디 A3, 폭스바겐 골프 고성능 모델 모두 전륜구동(앞바퀴굴림) 기반이다. 메르세데스-벤츠 A63 AMG 같은 초고성능 소형차를 빼면, 치고 나가는 맛이나 코너링 때의 균형감각 모두 1시리즈의 ‘우세승’이다.

운전석은 몸이 좌우로 쏠리는 걸 최소화한 세미 버킷 시트를 적용했다. 또 스포츠·컴포트·에코 등 운전 모드를 지원한다. 수동변속 모드도 있다. 핸들에 손을 올린 채 수동 변속하는 패들 시프트는 없다는 게 아쉽다. 타이어는 17인치 브리지스톤 포텐자였다.



개인적으론 BMW 1시리즈도 ‘M’(BMW의 고성능 모델명) 버전이 기대된다. 실제로 나온다면 가격 부담 때문에 쉽사리 접근하지는 못하겠지만 작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드림 카’의 반열에 올릴 것 같다. 초고성능 소형차. 국내에도 분명히 수요가 있다. 벤츠 A클래스 AMG 시리즈도 국내에서 꽤 판매되고 있다.

BMW 뉴 1시리즈 변속 레버. 변속기 왼쪽 밑엔 주행모드 변경 버튼이 있다.
BMW 뉴 1시리즈 운전석. 운전자를 양 옆으로 잡아주는 세미 버킷 시트다.
BMW 뉴 1시리즈 핸들.
BMW 뉴 1시리즈 버튼 시동 스마트키.
BMW 1시리즈는 성능 외에도 첫차로서의 자질이 있다. 우선 연비가 좋다. 국내 공인 복합연비는 17.4㎞(도심 15.7·고속 19.9)다. 16인치 휠 기준이므로 시승차는 이보다 약간 낮을 것이다.

실연비는 14.2㎞/ℓ로 실제 낮았다. 그러나 타이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포츠 모드로 놓고 신나게 달렸으니 별수 없다. 물론 연비만 생각하면 이 재밌는 차를 살 이유가 없다는 걸 고려하면 1시리즈 오너 대부분 이 정도의 실연비를 예상하면 될 듯하다. 이 자체로도 높은 편이기는 하다. 작은 차의 매력이다.

BMW 뉴 1시리즈 주행기록.
극강의 연비운전도 가능하다. 에코 모드, 시속 110㎞로 고속도로를 정속주행하니 평균 연비 22㎞/ℓ 이상이 찍혔다. 작정하고 연비운전하면 한 번 주유로 1000㎞ 이상 갈 수 있다. 연료탱크 용량은 52ℓ다. 한 번 주유로 서울~부산을 너끈히 왕복한다.

고급차의 미덕도 두루 갖췄다. BMW의 실내 디자인 콘셉트와 조작 방식의 기본 틀은 1·3·5·7시리즈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6.5인치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돼 무선 전화나 음악 재생이 가능하다. 후방카메라도 제공한다. 앞좌석 위 선루프도 있다. 다만, 내장 내비게이션은 없다.

큰 차는 아니지만 주로 두 명이 탄다는 전제라면 실내 공간도 넉넉하다. 뒷좌석이 넓진 않지만 가끔 친구들을 태우고 4~5명이 여행가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뒷좌석을 접어 수납공간으로도 쓸 수 있다.

편의상 소형이라고 했지만 국내 기준으론 준중형급이다. 국산차 기준으론 소형차보다는 크고 준중형차보다는 작다. 전장·전폭·전고가 각각 4329·1765·1440㎜다.

뒤가 뭉뚝한 유럽 스타일의 해치백이다. 국내에선 선호도가 높지 않지만 BMW 1시리즈는 해치백답지 않은 날렵한 느낌이 있다. 지난해 부분변경 때 앞·뒤 램프도 좀 더 날렵하게 깎아냈다.

국내 공식 판매가격은 3890만원이다. 싸진 않다. 이 가격이면 국산 브랜드는 물론 한 차급 위 중형 대중 수입차도 살 수 있다. 실내 공간 같은 편의성보다는 달리는 재미를 우선한 차다. 10년 전 같으면 3000만원대 BMW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BMW 뉴 1시리즈 스마트폰 충전 모습.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선 없이 통화하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BMW 뉴 1시리즈 뒷좌석.
BMW 뉴 1시리즈 트렁크.
BMW 뉴 1시리즈 뒤쪽 엠블럼. 트렁크 개폐 기능을 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