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정일 기자
2012.05.18 18:54:36
김두철 전 법인본부장 "정치권 외압설 말도 안돼"
포스텍-삼성꿈장학재단, 장 대표에게 손배 및 민사소송 청구
[이데일리 박정일 기자] 포스코(005490)가 부산저축은행에 날린 500억원이 결국 장인환 KTB자산운용사 대표와 부산저축은행 대주주가 공모한 사기극이라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정치권과의 연루설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증언이 사실일 경우 무리한 수익 욕심에 거액을 날렸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김두철 포스텍 전 법인본부장(전무)은 18일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외압설 보도와 관련, "정치권의 연루설은 오보이고 당시 절차상의 문제도 없었으나 장 대표와 대주주 간의 조작으로 사기를 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2010년 당시 포스코의 학교법인인 포스텍의 부산저축은행 500억원 투자를 전결한 바 있다.
지난해 포스텍은 물론 (당시 함께 투자한) 삼성꿈장학재단은 장 대표에게 각각 500억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서도 장 대표가 양측을 속여 투자를 유도했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178조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 전 본부장은 "분식회계와 장 대표와 대주주 간 공모로 당한 것"이라며 "(장 회장 등은) 재무제표를 속여 BIS(자기자본비율)을 조작했고 금감원 조사 결과 이 사실이 밝혀져 사기죄로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장 대표를 너무 높게 평가했다"며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다면 30여 년 포스코에 몸담은 명예를 걸고 책임질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공신력있는 삼성꿈장학재단도 기금관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투자를 결정했기에 믿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 공격적으로 지분 운용을 하라는 이사회의 지적이 있어 연 12%의 높은 이율을 보고 KTB가 운영하는 부산저축은행 펀드에 500억원 씩 투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문제로 인해 금융감독원이 BIS 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하자 긴급 자금이 필요했던 상황. 장 대표도 부산저축은행과 공동으로 캄보디아에 투자하는 등 같은 배를 탔기 때문에 자금이 절실했고 사기를 공모하게 됐을 것이란 게 김 전 본부장 설명이다.
김두철 전 본부장은 "투자받은 펀드도 BIS비율 회복에 다 쓰지 않고 다른 곳으로 유용한 정황이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두철 전 본부장은 외압이나 절차상 문제는 절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사회가 공격적인 투자를 요청했고, 이후 기금자문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장인환 KTB자산운용사 대표가 위원이 됐다는 것. 이사회는 아울러 전문가인 기금자문위원회의 자문을 전제로 포스코 경영진에 기금운용 투자 전권을 위임했다는 주장이다.
김 전 본부장은 "기금 운용은 수시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포스코 경영진에게 전권을 위임한 것은 이해되는 정황이 아니냐"면서 "일정금액이상 투자할 경우 이사회를 열어야 한다는 사립학교법의 기금운용 관련 조항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신중하게 기금을 운용하지 못해 손해를 본 책임을 피할 생각은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한겨레는 포스텍의 투자에 이구택 포스코 이사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개입했으며 그 뒤에는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