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만큼 잘나가는(?) 태양광..공급과잉 가능성은?

by이창균 기자
2010.08.20 15:22:29

장밋빛 전망속 증설·인수 `붐`
장기 공급과잉 우려..`中 물량 주의보`
제휴, 품질·비용 경쟁력 확보 등 대비책 마련해야

[이데일리 이창균 기자] "차두리 로봇은 태양광을 동력으로 움직이며, 빡빡머리가 그 증거다"

남아공 월드컵 때 화제가 됐던 일명 `차두리 선수 로봇설`에도 등장한 바 있는 태양광. 명문구단 셀틱 FC로 이적한 차두리 선수의 인기만큼이나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도 뜨겁다.

대체 에너지로 각광받는 태양광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 속에 업체들은 증설, 인수합병(M&A) 등 덩치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최근 중국의 일부 대형 태양광업체들이 가격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물량을 풀지 않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향후 이 물량이 시장에 나오게 되면 공급 과잉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제휴를 통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고 품질·비용 경쟁력을 갖춰 공급 과잉 사태에 미리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시장조사기관 솔라버즈에 따르면 올해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는 13.1GW(기가와트)로 추정됐다. 2014년에는 37.1GW로 확장될 전망. 이는 지난해 6.4GW의 5배가 넘는 규모다.

이같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태양광업체들은 잇달아 증설, M&A에 나서고 있다.

태양전지(셀) 소재인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OCI(010060)는 최근 전라북도 새만금 산업단지에 오는 2020년까지 총 10조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화케미칼(009830)은 이달 초 세계 4위 중국 태양광업체(모듈 기준) 솔라펀파워홀딩스 인수를 발표했다.

태양광업체들이 이처럼 덩치를 키우는 이유는 태양광 산업이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에 충실한 산업이기 때문. 생산 규모의 확대가 생산비 절감 및 수익 향상으로 직결된다. 성장세에 따른 수요 창출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도 증설과 인수 붐의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태양광업체들의 공격적인 확장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증설이 붐을 이루면서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재홍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연구원은 "폴리실리콘의 경우 이미 중국 등에서 공급 과잉 조짐이 보인다"며 "모듈도 세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14년 전후로 공급 과잉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 중국의 한 태양광업체 공장에서 직원이 태양광용 웨이퍼를 분류하고 있다.
특히 태양전지와 모듈의 경우 `차이나 파워`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산량 기준으로 전세계 상위 10위권 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만 4개사(선택, 제이에이솔라, 잉리솔라, 트리나솔라). 향후 시장의 공급량을 좌지우지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일부 대형업체들이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물량을 충분히 비축해두고 의도적으로 풀지 않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추후 이들이 물량을 풀 경우 예기치 못한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근 앞다퉈 태양광 산업 진출을 선언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시장 참여도 공급 과잉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차홍선 한화증권 연구원은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5월 2020년까지 태양광 분야에 6조원을 투자, 매출 10조원, 고용 창출 1만명 효과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066570)는 3년 이내에 모듈 생산라인을 1GW로 확대하는 등 201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매출 3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현대중공업(009540)도 내년초까지 태양전지 및 모듈 생산설비를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때문에 태양광업체들이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에 대비한 마스터 플랜을 미리 세워둘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제휴를 통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고, 품질·비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태양광 산업은 진입장벽이 낮아 공급 확대가 용이한 반면 수요는 각국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돼 불확실성이 높다"며 "높은 사이클 변동성에 대비해 공급 과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업체간 전략적 제휴를 꾀하거나 독보적인 품질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미국 선파워의 경우 PG&E 등 자국내 태양광 발전시스템 설치업체와의 공조로 공급 과잉시에도 안정적인 수요 확보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잉곳, 웨이퍼, 셀 부문에서는 아시아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력이 현재는 국내업체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향후 개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비해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화석연료와 태양광의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시점) 달성 시점까지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