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金..버블의 막차인가
by오상용 기자
2009.12.16 15:00:20
루비니"금 투기적 수요 오래 못간다"
버핏 금 무용론.."어디다 쓰나"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금에 대한 숭배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신도들은 불어난다. 금화와 골드바(Gold bar)를 사기 위한 사람들로 전 세계 금은방이 넘쳐나고 이름난 헤지펀드 큰 손들도 금 사냥에 뛰어들었다.
금융위기 이후 마구 풀려나간 유동성이 불러올 초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곤두박질치는 달러가치 등 금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은 분명하다. 지금 추세라면 온스당 2000달러 고지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금 사냥터의 한켠에선 금이 버블의 막차를 탄 것 같다는 우려와 함께 `몸을 사리라`는 경고음도 잇따르고 있다.
올들어 금값은 40% 넘게 뛰었다. 최근 들어 주춤한 기색을 보이고 있지만 이달초 온스당 1227달러까지 오르며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금의 소매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 중국 캐나다 등 각국 정부가 발행하는 금화는 발매되는 족족 팔려나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폭증하는 금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금화 발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연기금을 비롯해 헤지펀드들의 금매수세도 본격화됐다. 투더인베스트먼트와 그린라인트캐피탈 등이 최근 금 선물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융위기와 경기후퇴를 거치면서 급증한 유동성은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큰 인플레이션 여건하에서 재산가치를 보존하려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금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로 이름 난 존 폴슨 역시 "내 자산 가치를 보존할 통화로서 금만큼 좋은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금 시장이 자산버블의 막차가 되고 있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바클레이즈캐피탈의 자산운용 대표인 팀 본드는 "지금 금 시세는 버블"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조정을 대비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지난 1980년 이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지금의 금 시세는 온스당 2000달러까지 가야하지만 최근 10년새 400%에 달한 금값 상승률을 감안하면 지금의 투기적 금 수요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것.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닥터둠`으로 통하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역시 금 시장의 버블을 경고하고 나섰다.
루비니 교수는 "금 시장은 버블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금은 심각한 가격조정의 위험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금값의 극히 일부만이 펀더멘털 요인에 의해 정당화 받을 수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투기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쉽게 꺼질 수 있는 버블"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도대체 금을 어디다 쓸 수 있느냐"며 "전혀 용도가 없다"고 했다. 그는 금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만큼 우스꽝스러운 것도 없다고 했다. 아프리카 등지에서 땅을 헤집어 금맥을 찾은뒤 이를 다시 녹여 순금을 얻고, 그런 뒤 또 다른 곳에 땅을 파서(금고를 만들어) 그것을 묻은 뒤 사람을 부려 그것을 지키게 한다는 것.
버핏은 만일 화성인이 이 광경을 지켜봤다면 (도대체 이해 할 수가 없어) 머리를 쥐어 뜯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도 여전히 다수를 이룬다.
이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 만큼 변함없는 자산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달러 가치 하락을 피해 외환보유고내 금의 보유량을 늘리고 있는 중앙은행들의 최근 행보를 감안하면 금값은 당분간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