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태선 기자
2005.06.15 18:27:36
6.15 南 대표단 방북 이틀째 이모저모
"평양 처음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edaily 정태선기자·평양=공동취재단] ○...15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남북 민족통일대회에서 다시 만난 남북 정부 당국 대표단은 평양 날씨를 화제로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 민족통일 대축전 둘째날 행사를 시작했다.
남측 정부대표단 단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하룻밤 머무른)백화원 쪽 공기가 좋더군요"라며 민족 통일대회에 나온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양 부위원장은 "백화원은 원래 고구려 시대 안압궁이 있었던 곳"이라며 "고구려 장수왕 대 천도해 그때부터 있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북측 당국대표단 단장인 김기남 노동 중앙위 비서는 "대성산 자락에 있는 곳"이라고 부연하며 "발굴도 모두 마쳤다"고 덧붙였다.
양 부위원장이 "어젯밤 피곤했지 않느냐"고 묻자 정 장관은 "(통일대축전 개막시 무도회를)보고 싶었는데"라며 "박봉주 총리 주최 만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2시 반까지 함께 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또 "평양이 처음이지만 전혀 낯설지가 않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정 장관 일행에 대한 북측 당국의 환대는 15일에도 이어졌다. 6000여명의 평양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족통일대회에서 정 장관은 북측의 안내로 단상 한 가운데 `주석단`에 앉았다. 그의 옆에는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과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가 앉았다.
정 장관은 6.15기념행사 북측 준비위 안경호 위원장이 민족통일 대회 기념사를 하며 "우리는 이제 울 밑에선 봉선화를 부르는 약소민족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또 행사 도중 북측 김기남 단장과 귀엣말을 나누기도 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기자들에게 단상 가운데 앉은 정 장관의 나이와 과거 직업 등을 물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를 마친 남측 정부대표단은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북남해외공동사진전시회를 함께 둘러봤다. 정 장관과 남측 정부대표단, 민간대표단은 안내원의 소개로 사진전시물을 하나하나 둘러봤다. 정 장관 옆에는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이 서서 안내원의 설명을 경청했다.
북측 해설원 리수경씨(25세)는 북측이 마련한 사진을 소개하면서 "장군님과 김대중 대통령의 상봉장면 상급회담, 6.15 정신을 되새기는 북남 교류협력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 남측 민간준비위, 해외준비위가 마련한 사진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승환 남측 준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 아리따운 북녀(北女)의 해설에 이어 남남(南男)의 해설이 있겠다"고 말하고 남측 사진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해외측 사진설명을 맡은 북측 해설원 김금명씨(25세)는 "북남 해외가 하나가 돼 6.15 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을 마련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진전시회 관람을 마친 정 장관이 4.25문화회관을 나서는 순간 남측 민간대표단으로 참석한 일부 정치인들이 사진을 함께 찍자고 하는 바람에 살짝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북측 안내요원들은 "시간이 없다"며 정 장관의 팔을 잡아 끌었지만 정 장관은 사진을 함께 찍기를 요청하는 남측 민간대표단과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기도 했다.
○...북측 당국대표단 단장인 김기남 비서 주최로 평양 옥류관 2층 연회장에서 열린 오찬행사에서는 남북 양측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옥류관 냉면으로 식사를 끝낸 대표단은 연회장 테라스로 의자를 옮겨오게 해 않은 뒤 대동강을 바라보며 환담했다.
김 비서는 대동강변에 자리한 5.1경기장 등을 가리키며 정 장관에게 평양 시내 경관을 설명했다. 김 비서는 "옥류관 건너편에는 원래 비행장이 있었다. 평양에서 `류경`이라는 말이 있는 것은 대동강변 수양버들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벽루 을밀대 등의 위치를 직접 가르키며 정 장관에게 "다음에 한 번 꼭 가보시라"고 말했다.
○...6.15 민족통일대축전 행사기간 평양 시내는 밤 늦게까지 거리 곳곳에 네온사인이 켜져 시내를 환하게 비췄다. 평양시 대성구역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일성경기장에 이르는 금성거리와 시내 개선문 일대에는 나뭇가지마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연상시키는 전구가 빛을 발했다.
또 평양 시내 주요 건물에는 형광등이나 네온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정치구호들이 장식돼 있었다. 평남면옥을 비롯한 음식점들도 밤 늦게까지 환하게 간판 불을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북측 고위 인사들은 자신들의 심각한 전력난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대조를 이뤘다. 한 관계자는 "전력사정이 어렵기는 하나 조국건설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에 곧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