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3.11.13 12:20:15
[조선일보 제공]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면서 연예계를 은퇴한 탤런트 출신 고현정씨가 최근 억대의 독일제 최고급 승용차를 도난당했다가 되찾은 사건이 숱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서울지검 외사부(부장 민유태)는 13일 고현정씨가 이용하던 시가 1억7000만원 상당의 독일제 포르쉐 승용차와 차 안에 있던 수표와 외제 명품 가방 등 850만원 정도의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미국인 유학생 J(19)씨를 구속 기소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공익근무요원 고모(21)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J씨는 유명 사립대 언어교육원에서 어학 연수 중인 미국인이고, 고씨는 지하철에서 근무하는 공익요원. 서울 성북구 길음3동 모 아파트에 살고 있는 J씨는 고씨가 인근 지하철역에 근무할 당시 우연히 만나 친구로 지내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J씨 등은 지난달 24일 오후 10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 주차장에서 피해자 고씨가 이용하던 포르쉐 승용차를 발견하고, 피해자가 열쇠를 꽂아 놓고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하여 차량을 훔쳤다. 도난 당시 차량 내부에는 ‘이브생로랑’ 브랜드의 가방1개(시가 200만원 상당)와 100만원권 수표 1장, 10만원권 수표 40장, 1만원권 50장, 1만엔권 엔화 10장 등이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10만원권 수표 3장을 사용한 것을 추적해 검거했으며, 신세계백화점 법인 소유로 돼 있는 도난 차량은 J씨의 집 주차장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 이명희 회장은 고씨의 시어머니이며, 이 백화점의 정용진 부사장이 남편이다.
이 사건과 관련된 첫번째 궁금증은 서울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가 지난달 30일 오후 3시 고씨를 체포하면서 작성한 긴급체포서의 ‘범죄사실’에는 차량 도난 시간이 ‘지난달 25일 새벽 3시’로 기재돼 있는 것. 도난 시간에 대해 차량을 훔친 J씨 등은 밤 10시30분쯤이라고 주장하고, 고현정씨는 새벽 3시라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동수사대 관계자는 “고현정씨가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새벽 3시에 도난당했다’고 진술했다”며 “하지만 검거된 뒤 J씨 등이 ‘밤 10시30분쯤’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검찰이 수사를 마친 뒤 그렇게 기소했다면 그게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톱 탤런트 출신인 재벌가 며느리가 차량을 도난당한 시간이 밤 10시30분쯤이라는 것과 새벽 3시라는 것은 차이가 크다. 신세계백화점 홍보실 관계자는 “차량 도난 시간은 밤 11시에서 12시 사이일텐데, 고현정씨가 경황이 없어서 경찰에서 새벽 3시라고 말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궁금증은 “왜 한밤중에 한강시민공원에 차를 세웠느냐”는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해자인 고현정씨를 소환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방배동에 사는 어머니를 만나러갔다고 한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세계백화점측의 설명은 다르다. 홍보실 관계자는 “남편과 함께 부부 동반 파티에 갔다가 남자들이 따로 2차 술자리를 갖기로 해 고씨는 귀가하기로 했는데, 술을 마셔서 운전이 곤란해 술을 마시지 않은 지인에게 운전을 부탁했었다고 안다”며 “귀가 중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한강시민공원에 있는 이동식 간이 화장실로 갔는데, 두 사람이 함께 차에서 내렸다가 와보니 차가 없어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당일 부부 동반 모임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고씨에게 직접 확인해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운전을 대신해 준 동행자가 누구냐에 대해서 검찰은 단순히 “대리 기사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만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한 신세계백화점측은 “운전해 준 분의 신상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않아 고씨가 그냥 ‘대리기사’라는 말을 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차량을 훔혔던 J씨 등으로부터 “조수석에서 여자가 내리고, 운전석에서 남자가 내렸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번째 궁금증은 “왜 차량 도난 신고를 받은 관할 경찰서가 아니라 서울경찰청 직속 기동수사대가 수사를 했을까”하는 것이다. 기동수사대는 고소·고발 사건이나 폭력 등 발생 사건이 아니라 범죄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하는 일종의 특별수사대. 신세계백화점측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수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경찰 관계자는 “아는 사람을 통해 고현정씨가 차를 도난당했다는 첩보가 입수돼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