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 종료…전국 '최고 36도' 폭염 본격화

by이영민 기자
2024.07.30 12:56:24

올해 장맛비, 지난 30년 중 16~17위 강수량
태풍 지나간 뒤 아열대고기압 자리 잡아
고기압 중첩되면서 뜨거운 열기 가둬져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올해 장마가 사실상 종료되며 불볕더위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장맛비는 지난 최근 30년간 발생한 평균 누적강수량의 상위 17% 수준으로, 평년보다 많이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기압계 모식도(사진=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30일 수시 예보 브리핑을 열고 올해 여름 장마가 사실상 종료됐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한반도 남쪽으로 이동한 제3·4호 태풍은 29일까지 중국을 향해 점차 이동하면서 세력이 약화됐다. 이 태풍의 진행 경로를 따라 남쪽에 있는 뜨거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로 확장하면서 장마를 일으키는 정체전선은 북쪽으로 이동했다.

대기가 불안정하고 공기 중 수증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지형적 효과나 작은 충격에도 다량의 비가 내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럼에도 기상청은 태풍이 서쪽으로 진행되면서 한반도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지 못하고, 아열대고기압이 한반도를 덮는 양상이 계속돼 산발적인 소나기를 제외한 장맛비는 더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영준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27일 비를 마지막으로 체계적인 강수 신호가 관찰되지 않는다”며 “전국의 장마는 사실상 종료됐다”고 말했다.

이번 장마철에는 평년보다 많은 강수량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 전국에 내린 장마철 평균 누적강수량은 356.7㎜이다. 올해 전국에 내린 누적 강수량은 이보다 32%(115.3㎜) 많은 472㎜이다. 지난 30년간 내린 장마철 강수량 중에서도 상위 16.6%에 달하는 양이다. 특히 제주는 과거 30년 (349.7㎜) 동안 발생한 평균 누적강수량보다 59% 많은 561.9㎜가 내려 집중호우가 두드러졌다.



장마 이후에는 폭염과 열대야가 본격화된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국내 상공에 자리 잡은 가운데 티베트에서 흘러나온 뜨겁고 건조한 고기압이 그 위를 덮는 기압계 형태가 유지되면서 폭염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된 ‘열돔현상’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열돔은 넓은 지역의 대기 상층부에 뜨거운 고기압이 형성되고, 지표에서 발생한 열기가 공기층에 막혀 밖으로 날아가지 못한 채 다시 땅으로 하강하면서 온도가 오르는 현상이다. 현재 국내에 발생한 폭염은 열돔보다 여름철 전형적인 기단의 움직임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30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이날 전국의 낮 기온은 31~36도로 예보됐다. 특히 경상권과 동해안 지역은 35도 이상 기온이 오를 가능성이 있고, 그 밖의 지역도 오후에 25도 밑으로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열대야가 발생하는 곳이 많겠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 29일 ‘가장 더운 해’로 기억된 1994년(8.6일)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긴 열대야(7.1일)가 올해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구는 다음 달 4일까지 최고기온이 36도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지역에서도 기온이 더 오르거나 조금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영유아와 노약자, 만성질환자는 외출을 자제하는 등 온열질환 위험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 28일까지 전국에서 온열질환자 995명이 발생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인 28일 인천 중구 을왕리 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