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근원물가 상승모멘텀 축소되나 상당기간 목표치 웃돈다"

by최정희 기자
2023.06.19 14:00:00

6월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근원물가, 서비스 중심으로 더딘 흐름…"과거보다 더디게 하락"
비용 상승 압력, 근원물가에 2년간 파급 지속
"올 중반 소비자물가 2%대 하락했다가 연말 3%내외"
"상방리스크에 유의하면서 물가 영향 점검해야"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근원물가의 상승 모멘텀이 미국과 달리 작년 하반기 이후 완만하게 꺾이고 있지만 근원물가 상승세의 지속성은 상당기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한국은행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은은 19일 ‘6월 물가 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물가 흐름에 대한 평가라는 제목의 BOK이슈노트를 발간했다. 한은은 6월과 12월, 연 2회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간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최근 경직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근원물가의 상승 모멘텀은 미국이나 유로 지역과 달리 작년 11월 이후 완만하게 축소되는 모습”이라면서도 “근원인플레이션의 향후 경로는 상방리스크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한국은행
일반적으로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보다 더디게 떨어지는데 이번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기록한 이후 근원물가는 4개월간 더 상승하다 둔화됐다. 이는 과거 물가가 올랐다가 떨어졌던 1998년, 2008년, 2011년과 유사한 흐름이다. 당시에도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간 정점에는 3개월간의 시차가 있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근원물가의 하락 속도가 상당히 더딘 편이다. 과거 물가 둔화기에는 근원물가가 정점을 찍은 후 6개월간 1%포인트 이상 하락했으나 이번엔 0.4%포인트에 그쳤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근원물가를 상품, 집세, 서비스(집세 제외)로 분해해보면 집세는 4월부터 물가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품은 올해 4월까지 원자재 가격 안정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 주춤한 재화 소비로 상승 모멘텀이 하락했다. 그러다 5월 섬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상승 모멘텀이 소폭 확대됐다. 반면 서비스는 양호한 서비스 회복 흐름, 노동시장 상황, 누적된 원가 상승 부담, 서비스 물가의 높은 지속성 등이 맞물리면서 상승모멘텀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5월엔 외식물가 오름폭 축소로 상승 모멘텀이 약해졌다.

한은은 높은 근원물가 흐름이 더디게 하락할 것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수입물가, 유가, 전기·도시가스 요금 등 비용 상승 압력의 근원물가 지속성을 분석한 결과 비용 충격 발생 4분기에 가장 파급효과가 컸고 그 이후에도 약 2년간 유의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비용 충격이 작년 7월 2.1%포인트로 정점을 기록한 후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한은은 “이를 고려하면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의 근원물가 파급 영향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전기·가스요금의 추가 인상 등으로 비용 인상 압력이 다시 커질 경우 2차 파급 영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근원서비스 물가 자체의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우려사항으로 지목된다. 근원서비스 물가 상승률의 지속성 계수는 0.33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지속성은 한 번 가격이 오르면 떨어지지 않고 계속 그 가격을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원상품은 0.04로 유의성이 없었다. 특히 외식물가가 서비스 물가 오름세의 지속성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외식은 근원서비스 내 비중(29.1%)이 상당한 가운데 외식 세부 품목 중 물가 지속성이 높은 품목의 비중이 89.6%로 매우 크다”며 “최근 외식물가 오름세는 과거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5월엔 외식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



한은은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의 근원물가에 대한 파급 영향 지속, 근원인플레이션 자체의 높은 지속성이 근원인플레이션의 경직적인 흐름을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소비자 물가 및 근원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목표 수준(2%)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방리스크에 유의하면서 물가 여건 변화 및 이에 따른 향후 물가 영향을 주의깊게 점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이며 2%대로 낮아져 당분간 근원물가를 하회하다가 중반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께 3% 내외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국제유가와 관련 “하반기 이후 중국 경제 회복 등 완만한 상방 압력을 받겠지만 주요국 경기 부진 지속 등에 하방 리스크도 잠재해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국제식량 가격은 작년 2분기 고점 이후 크게 낮아졌으나 설탕 및 육류 가격 불안정, 엘리뇨 등 이상 기후, 러시아·우크라이나 곡물수출협정 중단 등으로 상승 리스크가 큰 편이다.

또 한은은 정부 정책이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하반기 대중 교통요금 인상,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종료 등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되거나 전기·가스요금이 추가 인상될 경우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요 측면과 관련해선 “서비스 소비가 하반기에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임금 오름세는 점차 둔화할 것”이라면서도 “여행객 증가 등으로 대면서비스가 예상보다 크게 개선되고 비용인상 압력의 근원물가 전가가 지속될 경우 근원물가의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