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암호화폐 가격 급락...거래소 몸값도 타격 받을까

by이광수 기자
2021.05.26 11:00:31

업비트·빗썸, 시장서 기업가치 1~5兆 거론돼
거래량은 아직 줄지 않아…"디스카운트 요인 못 찾아"
"암호화폐 대체할 투자 수단 당장 없어"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이 단기간에 주저앉으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기업가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고 2위 거래소인 빗썸은 2018년 이후부터 꾸준히 매각 추진을 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의 가치가 성패를 가르는 주요 요소여서다.

암호화폐 가격 급등과 동시에 거래량이 늘면서 이들 기업의 몸값은 모두 조(兆)단위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두나무는 작년 10월 구주 매각 당시 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이후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지금은 5조원까지 거론된다. 빗썸의 경우 복잡한 지배구조 등의 이슈에도 마찬가지로 거래량 급증으로 1~2조원의 기업가치가 거론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과 암호화폐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방법은 거래량과 거래소가 보유한 암호화폐 규모를 통해 산정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증시에 상장된 거래소가 없는 만큼 기관이 거래소 지분을 매입할 때 책정되는 가격이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최근 낮아진 밸류에이션에 거래가 된 사례는 없다.

최근의 암호화폐 가격 하락은 아직 거래량 하락까지 수반되지 않아 당장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날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5일 기준 24시간 거래규모는 18조240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거래량도 변동성이 심했지만, 하락추세로 보기에는 어렵다. 같은 기간 빗썸은 2조900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오히려 저가매수 유입으로 거래량이 반등하는 흐름도 관측된다. 암호화폐 전문 투자사 관계자는 “지금 당장 밸류에이션이 낮아질 요인은 잘 못찾겠다”라며 “거래량이 많으면 거래소가 수수료를 많이 가져가는 시스템이니, 아직까지 거래량까지 줄어든 상황은 아니어서 이론적으로 밸류에이션이 깍여야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26일 현재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지난달 14일 고점(8199만4000원)에 비해 43% 가량 떨어진 4600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8일 중국이 암호화폐 시장 과열을 경고하고 나서며 급락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중국은 지난 2017년 자국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한 바 있다. 하지만 편법으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이들이 많아 중국인터넷금융협회 등이 성명을 통해 “암호화폐는 시중에 유통되거나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는 소식이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다만 자본시장에서는 암호화폐 투자 열기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고 봤다. 이를 대체할 투자 트렌드가 없어서다. 지난 2017년 암호화폐 가격 하락 시점과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당시에는 ‘크립토 윈터’라고 불릴 정도로 가격도 급락했지만 거래도 크게 줄었다.

암호화폐 가격 변동이 아닌 투자 트렌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 가격 급락으로 청산되는 포지션이 있어 거래량이 줄기도 했겠지만, 저점 매수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 등 글로벌 2030 세대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암호화폐 거래량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나스닥에 상장된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의 시가총액이 100조원대에서 50조원으로 절반으로 줄어든 것을 고려할 때 디스카운트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과 같은) 그런 시장이 다시 오게 된다면 거래소 몸 값에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다만 지금 당장은 거래가 많이 일어나는 상태여서 지금 당장 밸류에 대해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