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조기 승리선언 언급"…美대선 '불복 시나리오' 현실화하나

by이준기 기자
2020.11.02 11:00:41

악시오스, 정통한 소식통 3명 인용…"트럼프, 최근 몇 주간 은밀히 계획"
붉은 신기루 가능성 커…트럼프 조기 승리선언 땐 소송·소요 사태 발생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발(發) ‘대선 불복’ 시나리오가 정말로 현실화하는 걸까.

1일(현지시간) 미 인터넷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3일 대선일 밤 초기 개표 상황에서 앞설 경우 연단에 올라 승리를 조기에 선언할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언급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적인 발언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한 악시오스는 이날 “지난 몇 주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시나리오를 은밀히 얘기해왔다”며 이렇게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획하는 것으로 보이는 시나리오의 얼개는 이렇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마지노선인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려면 썬벨트 핵심 경합주인 애리조나·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는 물론, 새롭게 경합주로 떠오른 오하이오·아이오와·텍사스·조지아 등에서 이겨야 한다. 이들 주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싹쓸이했던 지역이다. 여기에 북부 러스트벨트의 핵심 경합주인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에서 한 곳 이상에서도 승리해야만 한다.

문제는 사전투표 열기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뜨겁다는 점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미 미 유권자 9200만명이 사전투표(우편투표·조기 현장투표)를 완료했다. 2016년 대선 총투표자(1억3900만명)의 66% 이상이다.



현재로선 이들 지역이 주 선거 규정에 따라 우편투표 개표 작업이 대선 당일부터 시작되는 데다, 미시간·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선거 당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도 유효표로 인정하기로 한 탓에 최종 개표 결과 발표가 다른 주에 비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편투표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당일 현장투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는 게 정설인 만큼, 선거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나가는 이른바 ‘붉은 신기루(red mirage)’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전제 조건이 충족돼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승리선언이 현실화할 경우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이후 이들 주에서 바이든 후보가 전세를 역전시켜 최종 당선이 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대선을 훔쳤다’며 불복 소송 등에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주 히커리 유세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가 끝나자마자 3일 밤에라도 변호사들과 함께 소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 역시 불복을 위한 ‘판 깔기’ 아니냐는 해석이 비등하다. 일각에선 지지층 간 소요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아직 트럼프 측은 이 시나리오가 공식적인 캠프의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트럼프 대선캠프의 팀 머토 대변인은 악시오스에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에 관한 의구심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