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성폭행 혐의' 안희정 항소심 첫 공판 출석…"드릴 말씀 없다"

by송승현 기자
2018.12.21 11:09:41

檢 "1심, 권력형 성폭력 본질 판단과 실체적 진실에도 접근 못 해"
안 전 지사 측 "상하관계 있다고 업무상 간음 아냐…1심 판단 정당"
이날 김지은씨 증인 신문 예정…1심 이어 두 번째 법정 대면

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항소심 법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법정에서 피해자 김지은씨와 법정 대면한다.

21일 안 전 지사는 오전 9시 59분에 서울 서초동의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 전 지사는 ‘김지은씨와 마주하는데 심경이 어떻냐’·‘1심 무죄 비판 여론이 컸는데 혐의 아직도 부인하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낀 채 법정으로 향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홍동기)는 피감독자간음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안 전 지사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항소요지를 말하며 1심 재판부의 판결과 심리 과정 모두를 질타했다.

검찰은 “이 사건의 본질은 권력형 성폭력인데도 1심은 이에 대해 제대로 판단을 못 했고 실체적 진실에도 접근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 판례에서 일관되게 보는 업무상 위력을 좁게 해석해 법리를 오해한 측면이 있다”며 “아울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도 물적 증거와 뒷받침하는 증거가 많은데도 이를 배척한 사실오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안 전 지사 측은 1심의 판단과 절차 모두 타당했다고 맞섰다.



안 전 지사 측은 “원심이 인정한 위력은 도지사와 수행비서라는 상하관계, 업무상 수직적 관계가 존재했다는 것이다”며 “다만 이 위력이 이 사건 공소사실이나 간음 또는 추행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심 판단은) 피해자가 성범죄라고 느낄 때 상하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권력형) 성범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명백한 판단”이라며 “이 사건을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하고 비난 가능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이는 범죄 성립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증인신문을 포함한 이후 재판 과정은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시작으로 총 4차례 공판을 더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달 4일 검찰과 변호인 측 증인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고, 같은 달 9일에는 변호인 측 증인 신문과 안 전 자시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뒤 검찰과 변호인의 최종의견을 듣는다. 재판부는 2월 1일 안 전 지사에 대해 선고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인 김씨를 지난해 7월29일부터 올해 2월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각각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