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고분양가 인근 집값 상승 '방아쇠' 당겼다"

by양희동 기자
2015.10.25 15:47:33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인근 일반아파트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 얼마 전 대우건설(047040)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선보인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아파트가 3.3㎡당 평균 분양가를 4040만원으로 책정하고도 평균 2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로 1순위 청약 마감에 성공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분양을 준비 중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모두 4000만원을 마지노선으로 잡는 분위기다. 재건축 단지들의 고분양가 추세가 주변 일반 아파트값 상승에 방아쇠 역할을 하면서 이달 들어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가 수천만원씩 뛰고 있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반포퍼스티지’ 전용 84㎡형 아파트는 평균 매맷값이 16억∼17억원 선에 달하고 있다. 불과 석 달 전인 지난 7월(14억∼15억원)과 비교하면 2억원이나 올랐다. 반포퍼스티지와 인접한 ‘반포 자이’ 전용 59㎡형 아파트도 현재 9억 2000만~10억 3000만원 선으로, 추석 이후 한 달도 안돼 3000만원 가량 시세가 뛰었다.

서초지역 일반 단지들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는 주변 재건축 단지들의 고분양가 행진과 연관돼 있다. 이 지역은 지난해 9월 한강 조망권을 갖춘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신반포 1차 재건축)가 3.3㎡당 평균 4130만원에 분양한데 이어, 지난달 조망권이 없는 반포 푸르지오써밋(삼호가든 4차 재건축)까지 4000만원을 넘기면서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반포 래미안114 공인 관계자는 “반포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입지나 학군 조건이 열세인 푸르지오써밋이 4000만원 넘게 분양돼 반포퍼스티지와 반포자이 집주인들이 호가를 더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현대건설이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삼호가든 3차도 푸르지오써밋 분양가에 자극을 받아 최근 매수세가 붙고 있다. 이 단지의 전용 119㎡짜리 아파트는 한 달새 호가가 2000만원 가량 올라 현재 11억 5000만∼11억 7000만원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고분양가 흐름이 자칫 집값 거품을 일으켜 수요 감소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 인상은 주변 재건축 단지는 물론 일반 아파트 가격 상승세까지 부추기고 있다”며 “가격에 거품이 생기면 미분양과 수요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