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 회장 "예보기금 공동계정 도입 우려"

by이준기 기자
2010.12.23 14:46:38

"中企 패스트트랙 1년 연장하겠다"
"유럽재정위기-PF문제 등으로 불안 요소 여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로 은행권 경쟁 치열"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신동규 전국은행연합회장은 23일 예금보호기금내 공동계정 도입과 관련,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에 쓰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를 제외한 전 업계가 모두 불만을 갖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신 회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동계정은 금융회사의 이익이 아닌 은행 예금자나 보험 계약자가 낸 보험료에서 떼게 되는데 예금자나 보험 계약자 동의 없이 하면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러한 소비자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은 최근 금융권 부실화에 대비해 만들어진 예금보험기금에 은행, 보험, 금융투자 등의 권역을 아우르는 공동계정을 신설하자는 내용의 예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기금을 저축은행 부실화를 막는 데 동원할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신 회장은 또 "올해말까지로 예정됐던 중소기업 패스트트랙(일시적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내년 말까지로 1년 연장하겠다"며 "수개월 만에 건설현장 등의 여건이 좋아질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최소 1년은 연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8년 10월 도입된 제도다. 당초 시한은 올 6월까지였으나 올 연말까지 6개월 추가 연장한 상태다.

신 회장은 "내년 은행연합회는 은행과 정부와의 가교역할에 집중할 것"이라며 "은행세와 예금보호기금내 공동계정 도입 법안 등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물리기 때문에 최대한 은행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중점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내년 은행권 전망 대해 "유럽의 재정위기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등 안팎의 불안요소들이 여전히 있다"며 "여기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004940) 인수 등으로 은행권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은행들은 아무래도 수지 개선을 위해 해외 쪽으로 관심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은행권이 해외진출을 통해 영업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내는 것을 관심 있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일부 동남아 국가에만 진출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우리나라 기업이 진출한 곳에 나가 기업의 금융수요를 뒷받침하다보니 나오는 현상"이라며 "(현지 은행과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기업 진출과 관계없는 형태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현대그룹의 재무약정 거부 등 현대건설(000720) 매각 사태 과정에서 표출된 은행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문제가 생기면 (기업들이) 법적대응으로 가버리니까 채권단으로서도 대처하기가 예전같이 않다"며 "법적인 문제까지 꼼꼼히 따져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경제상황에 대해선 "금융위기의 끝마무리에 온 것이 아닌가 싶다"며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수지 동향 등이 위기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