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으로 돌아온 '비명자들'…"5년 고민 끝 DMZ·학살 키워드 떠올렸죠"
by김현식 기자
2024.11.09 13:30:00
3부작 연극 ''비명자''들 3막 ''나무가 있다'' 개막
작·연출자 극단 고래 이해성 대표 인터뷰
이달 1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서 공연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대장정이 막을 내리게 됐네요. 리허설을 하면서 지난 세월이 훅 하고 지나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해성 극단 고래 대표는 작·연출을 맡은 연극 ‘비명자들’의 대미를 장식할 3막 ‘나무가 있다’를 선보이는 소감을 묻자 이 같이 운을 뗐다.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한 프레스콜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 대표는 “배우와 스태프를 합쳐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한 끝에 3부작을 완성했다”며 “열악한 개런티와 환경 속 작품과 함께해준 모든 분께 죄송하기도, 감사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비명자들’은 혐오와 고통이 무한 반복되는 굴레를 끊어내고 그 해답을 찾겠다는 취지에서 기획한 시리즈물이다. 앞서 2017년과 2018년 2막 ‘고통이 있다’를 먼저 공연했고 2019년에 1막 ‘비명이 있다’를 선보이며 작품의 세계관을 확장했다.
이 대표는 “2막 ‘고통이 있다’를 작업하면서 현재진행형 고통만 다뤄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을 3부작으로 만들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비명자들’은 마치 좀비처럼 이성을 상실한 채 비명을 질러대고, 비명으로 반경 4km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고통을 주는 ‘비명자’로 변하는 이들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대표는 “작품을 처음 구상한 2014년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와중에 곳곳에서 패악적 모습이 나오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 모두가 좀비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가운데 혐오 관련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제노사이드 직전 상태에 있다는 생각이 더해지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작품으로 통해 나누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3막 ‘나무가 있다’는 집단학살을 강행하려는 거대 권력과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비명자’들이 불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수행과 명상을 진행하며 치료를 받는 수용소를 DMZ로 옮기려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등장인물 간의 갈등이 격화한다.
이 대표는 “전작을 마친 이후 5년 동안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했을 정도로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DMZ를 따라 횡단해보고, 우리나라 학살지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명상센터를 다녀보기도 하면서 작품을 구상한 끝 DMZ와 혐오를 키워드로 잡고 3막을 썼다”며 “수년 만에 다시 공연하는 만큼 뉴스 형식 영상과 프롬포터를 활용해 이해를 돕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짙게 드러내며 인간 존엄성의 가치와 소외받은 이들에 대한 고찰거리를 던지는 작품이다. 인터뷰 말미에 이 대표는 “폭력을 폭력으로, 원망과 미움을 분노로 갚는 방식을 택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도의 메시지까지만 작품에 담았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고민 지점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그래도 나와야 할 이유가 있기에 나온 작품”이라며 “부디 ‘비명자들’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작품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비명자들’은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공연 시간은 140분이며 박윤정, 사혜진, 김대진, 장원경, 김동완, 홍상용, 문종철, 이동형, 김주형, 변신영, 장인혜, 박윤선, 안소진, 양지운, 박형욱, 임영원, 전동훈, 이원석, 김대호, 김민채, 김재훈, 양정렬, 이상준, 임해빈 등이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