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오지 갑상선암·심장병 환자, 한국서 건강 되찾아

by이순용 기자
2023.04.24 11:16:56

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 도움으로 한국행··· 수술 성공리에 마쳐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만난 것은 기적” “컵 짜이(감사합니다)!”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목에 크고 딱딱한 멍울이 잡혀도 병원에 갈 꿈조차 꿀 수 없던 라오스 화전민 야 씨옹 씨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 집안에서만 지내던 싸이싸왓 웨 씨가 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건강을 되찾았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월 말 라오스에서 의료 봉사를 하던 도중 만난 갑상선암 환자 야 씨옹(Ya Xiong, 37세·여) 씨와 선천성 심장병 환자 싸이싸왓 웨(Xaysavat Ve, 19세·여) 씨가 한국에서 무사히 치료를 받고 이달 24일(월) 라오스로 돌아갔다고 24일 밝혔다.

야 씨옹 씨는 언젠가부터 목에 혹이 만져져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시체를 매장하는 산에서 화전농으로 힘겹게 살고 있던 터라 병원 방문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멀리 한국에서 온 의료진이 무료 진료를 한다는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고, 그 길로 의료진이 있는 시내 도립병원으로 달려갔다.

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은 라오스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고려해 마침 한국에서부터 초음파 기계를 준비해갔었고, 야 씨옹 씨에게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초음파 검사 결과 야 씨옹 씨의 목 쪽에서 종양이 확인됐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강우석 교수는 야 씨옹 씨에게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라오스에서는 암 수술은커녕 조직검사조차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결국 야 씨옹 씨를 한국으로 이송해 치료하기로 결정했다.

마침내 지난 7일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한 야 씨옹 씨는 정밀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갑상선암이 많이 진행돼 신경까지 침범할 위험이 큰 상태였다. 더 지체했다면 식도에도 침범돼 목소리가 변형되고 식사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던 상황이었다. 다행히 11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이윤세 교수의 집도로 갑상선암 제거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야 씨옹 씨는 수술 후 빠르게 회복해 24일 고향 라오스로 떠났다.



야 씨옹 씨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을 만난 것은 기적이다. 잘 치료해준 의료진에게 감사드리며, 라오스에 있는 6명의 자녀들에게 건강한 엄마의 모습을 얼른 보여주고 싶다”고 퇴원 소감을 밝혔다.

한편 태어날 때부터 심실중격결손증을 앓던 싸이싸왓 웨 씨도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돼 14일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보배 교수로부터 결손 부위를 막는 수술을 받았다. 싸잇싸왓 웨 씨는 이미 수술 시기를 한참 넘긴 상태로 심장 크기가 정상보다 훨씬 비대했다.

싸잇싸왓 웨 씨의 성공적인 수술을 위해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윤태진 교수도 직접 강릉아산병원으로 내려가 수술을 도왔다. 싸이싸왓 웨 씨는 순조롭게 회복하며 야 씨옹 씨와 함께 라오스에 있는 가족에게로 돌아갔다.

라오스 환자들의 치료비와 항공료 등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전액 지원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은 지난 2월 18일부터 25일까지 라오스 우돔싸이 지역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쳤다. 우돔싸이는 의료 환경이 열악하고 의료보험 체계가 미비한 지역으로 많은 주민들이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라오스 의료봉사에는 의사, 간호사, 약사, 관리직 등 총 62명이 참여했다. 서울아산병원 직원들의 해외 의료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020년 1월 캄보디아 방문을 끝으로 잠시 중단된 후 3년여 만에 재개됐다.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봉사단은 라오스 현지에서 총 1,980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진료를 했고 외과 수술 18건, 백내장 수술 20건, 안과 시술 27건을 시행했다. 그밖에 내시경 14건, 초음파 241건, 심전도 50건 등도 진행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야 씨옹 씨(왼쪽 두 번째)가 21일 건강한 모습으로 의료진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 첫 번째가 야 씨옹 씨를 한국으로 초청한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강우석 교수, 왼쪽 세 번째가 야 씨옹 씨를 수술한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이윤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