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도진 기자
2012.08.30 14:59:02
LH, 일정 맞춘 수용·보상작업에 곳곳서 마찰
사전예약 후 본청약 늦어지자 토지조사 등 강행
[이데일리 윤도진 기자]정부가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2007년 도입한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정해진 공급일정을 맞추기 위해 밀어부치기식으로 추진되면서 원주(原住) 기업과 영세 상공인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22일 부천옥길 보금자리지구 내 위치한 비료업체 KG케미칼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용역직원들의 공장 진입을 막아서다가 직원 8명이 부상을 입는 불상사를 당했다. LH가 토지 수용 전 감정평가를 위한 토양오염 조사를 KG케미칼 측과 협의 없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LH가 작년 가을까지 얘기도 꺼내지 않던 토양오염 문제를 작년말부터 꺼내기 시작했다”며 “부천시에서는 2014년까지 토양오염을 복구하라고 했지만 LH는 보금자리사업을 위해 당장 오염복구비를 계산한 뒤 이를 뺀 보상비로 공장부지를 강제 수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업을 진행하는 LH 부천옥길사업단 측은 “토양오염 조사는 감정평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공장과 협의 없이도 조사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토지수용을 앞두고 대립중인 양 측의 갈등은 간단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KG케미칼 측은 LH가 보상비용를 줄이려고 억지로 꼬투리를 잡는다는 입장이고, LH는 국책사업 시행자의 오염조사와 이에 따른 감정평가를 신뢰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탓이다. KG케미칼은 지난 24일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LH 및 용역업체를 폭행, 불법침입, 영업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LH 역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촉박한 일정 때문에 빚어진 측면이 크다. 부천옥길지구는 지난 2010년 4월 사전예약을 거쳐 올 2월 본청약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보상작업 난항으로 청약일정을 내년 상반기로 미룬 상태다. 본청약이 늦어지면서 사전예약에 참여했던 수요자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는 것도 문제다.
보상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 일정을 촉박하게 진행하면서 곳곳에서 충돌도 빈발했다. 지난 2월에는 광명시청 앞에서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 사업 때문에 쫓겨날 처지에 있는 영세 상공인 300여명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부분 비닐하우스나 축사 등지에서 미등록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인들로, 이들은 생계 터전을 잃을 것을 우려하며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차 보금자리지구인 구리갈매지구, 시흥은계지구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최 모씨는 “땅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어 전에는 공장을 넓히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는데 이젠 국가가 집을 짓겠다며 헐값에 빨리 나가란다”며 “권리 주장도 못하고 길바닥에 나앉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