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혜미 기자
2011.07.06 15:36:04
경기·충청·경상도 등 정규교과 대신 문제풀이 집중
교과부 `체험학습 승인 불허` 지침 전달..다수 교육청 수용
학생·학부모 등 반발.."일제고사 폐지하라"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매월 막대그래프로 성적을 표기하고 부진한 사람에게는 경고문 발송. 성적이 뛰어난 사람의 경우 금전적인 인센티브 제공. 고위 관계자가 수시로 순찰하고 성적이 나아질 경우 문화상품권 지급.
언뜻 보면 기업체 영업부서에서 일어날 것 같은 이같은 행태가 초등학교 교실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오는 12~13일 실시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앞두고 경기와 충남, 충북, 경북, 경남, 제주 등지의 일선 학교에서는 성적 향상을 위해 실제로 이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 이처럼 일제고사 성적 향상에 급급한 이유는 바로 학교장 평가와 기관평가, 성과급 지급 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제대로 된 교과과정을 수업하지 못하고 문제풀이 학습만 반복하고 있다.
수원과 성남, 인천 등 상당수 학교들에선 이미 몇달 전부터 0교시 수업을 실시해 왔다. 초등학교 6학년생들에게 0교시 수업을 시키는 것은 물론 7·8교시 수업도 진행했고, 휴무 토요일에도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를 실시했다. 중학교 3학년생들의 경우에도 0교시와 7,8,9교시, 야간자율학습 등을 통해 문제풀이에 나선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새로운 학급 편성시 성적순으로 편성, 하위권 학생들을 한 반에 몰아넣는 사례가 목격됐다. 경북에서는 학생들에게 2~5만원 정도의 금품을 지급하기로 했고, 인천 부평에서는 점수 향상시 문화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한 학교도 있었다.
교사들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도 있다. 경북 교육청의 경우 눈에 띄게 성적을 향상시켰다고 판단되는 교사에 대해 10만원 상품권과 해외연수를 내걸기도 했다. 또 성적 향상은 학교 성과급과도 직결되는데 성과급 등급을 책정하는 기준 가운데 30% 이상이 일제고사 성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이 자율적으로 시험 응시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의 지침은 이와 다르다. 이번 달 일제고사를 앞두고 내려온 지침에는 시행 전 `학교별 의무참여학생 및 제외학생 현황을 파악, 담임에게 통지`하라고 돼 있으며 시행 당시에는 `매 차시마다 출결 현황, 답안지 제출 현황 등 확인`하도록 돼 있다.
특히 학교 전체가 시험 응시를 거부할 경우에는 학교에 대해 징계를 내리도록 하고 평가 거부 학생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 준비를 하지 못하게 했다. 시험 당일 교장 승인없이 학교를 나오지 않을 경우 무단결석으로 처리하고, 등교는 했지만 참여를 거부했을 때는 무단결과로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도 눈에 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 단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은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 구미지부는 안동 하회마을 등을 방문하는 별도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고,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행복세상을 여는 교육연대 및 전교조 등과 공조, 7일 오전 일제고사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밖에 전교조는 각 정당과 시민·사회 단체들과 공조해 일제고사 반대 선언과 촛불집회, 일인시위 등을 펼칠 예정이다. 손충모 전교조 부대변인은 "교과부가 특별 교부금을 당근으로 시도교육청을 압박하고, 시도교육청은 학교장 평가와 기관평가를 채찍삼아 학교장과 교사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