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물가공포 더 커진다..`등록금·돈육·유가` 3大악재

by윤진섭 기자
2011.03.02 11:50:13

국제유가 급등 배럴당 100달러 고공행진
돼지고기 급등..외식가격 잇단 상향조정
대학 등록금인상분 3월 반영도 부담요인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전문가들이 걱정했던 `최악의 물가 불안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관심은 3월 소비자 물가로 모아지고 있다. 2월에 4.5% 급등했던 소비자 물가가 3월에도 큰 폭으로 뛰면서, 5%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국제유가의 급등이 진정되지 않고 ▲돼지고기 급등에 따른 개인사업자의 외식비 조정이 이어지고 있으며 ▲등록금 가격 상승이 예고돼 반영될 예정이고 ▲환율도 상승세로 돌아서 물가에 주는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월 물가가 급등할 것으로 보는 첫째 이유는 국제유가 움직임 때문이다. 국내 원유 수입량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2일 현재 106.4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21일 100달러를 돌파한 이래, 열흘 가까이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2월 휘발유, 경유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11.1%, 14.6% 상승했으며, 전체 석유류 가격은 12.8% 올랐다. 결국 두바이유 가격이 현재와 같은 추세를 이어갈 경우 3월에도 2월 못지 않게 휘발유, 경유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 물가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석육류 제품 가격의 인상은 개인서비스 요금 등 후생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동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예상을 보여주는 대목이 근원물가의 움직임이다. 농산물·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core inflation)는 2월에 3.1% 상승하면서 2009년 8월(3.1%) 상승 이후 18개월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물가 당국이 근원 물가 상승에 당혹해 하는 데는 최근 물가 추세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이나 석유류 가격은 기후변화나 가격 변동에 따라 일시적으로 급등하는 성격이 짙다.

반면 근원물가는 이 같은 변수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근원물가가 급등한 것은 향후 물가 불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례로 배추파동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10월에도 근원물가는 전월대비 변동이 없었다.

근원 물가가 오르는 데는 유가와 밀접한 공공서비스, 개인서비스, 그리고 전·월세, 외식비 요금, 등록금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품목은 소비자 물가 반영치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때문에 3월 물가 불안의 이유로 꼽힌다.

현재 가중치가 가장 높은 품목은 전세값으로 전체 물가 중 6.6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월세 비중은 3.11%로 4위다. 둘을 합하면 9.75%로 전·월세 가격이 전체 소비자물가의 10% 가까이 좌우하는 셈이다. 2월 전세는 3.1% 올라 2004년 2월(3.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월세는 1.9% 상승해 2009년 1월(1.9%) 이후 가장 높았다.

3월 이사철이 마무리되면 어느 정도 집세가 진정되겠지만, 누적 흐름을 감안하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월 물가 움직임에서 빠진 부분이 바로 등록금이다. 대학등록금은 겉으로 보기엔 물가에 미치는 가중치가 톱 5(상위 5위)안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사립대 등록금의 물가 가중치 비중은 1.54%로 단일 품목으로 따지면 7위다. 국·공립대 등록금 비중 등까지 합치면 대학 등록금의 가중치는 2.4%로 5위에 올라선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대학등록금은 3월에 조정된다는 점에서 3월 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등록금 못지않게 3월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부분이 외식서비스 요금이다. 현재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고기 관련 가격이 급등하고, 개인사업자들이 속속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다. 2월 물가에서 외식, 숙박은 전년 동월대비 3.5% 상승했는데, 외식부분 중 삼겹살은 7.2%, 돼지갈비는 5.8%, 탕수육은 4.3% 뛰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조사 품목 150개 중 돼지고기 관련 업종의 대략 60% 가량이 2월에 가격을 조정했다. 나머지 40%가 3월에도 가격 조정할 가능성이 커, 3월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공공요금 등을 억제하고 있지만, 개인들은 돼지고기 등 신선식품, 원자재 가격, 전세 급등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말 1134원80전에서 지난 1월 8일 1104원70전까지 하락, 물가 부담을 덜어주는 듯했다.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한 수입품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시위가 본격화되자 상승세로 반전, 현재는 1130원(2일 오전 9시33분 현재 1128.6원) 가까이 올랐다. 중동발 불안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매도세로 원화 약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작년 말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연구기관은 올해 물가가 상반기에 크게 올랐다가 하반기에는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구제역과 이상기온 등 일시적인 요인들은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불안으로 유가가 급등하는 등 돌발변수가 쏟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구제역과 이상기온에 따른 농축산물 가격은 2월까지 반영되다가 3월부터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 사태가 불거지면서, 물가가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일단 지켜봐야겠지만, 물가 관리가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민간연구소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는 월 평균 4%대의 상승률을 보이면서 한 두 달은 5%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하반기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의 물가나 성장률의 목표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세운 올해 거시지표 목표는 3%내외 물가 수준, 5% 내외 경제성장률이다. 이는 연간 유가 85달러(두바이유)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제유가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인플레 심리는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며 물가목표치 전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일 윤증현 재정부 장관 주재로 교과부, 행안부, 국토부, 문화부, 방통위, 공정위 등 10여개 장관이 모여, 물가안정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관계부처 장관들은 ‘물가 불안 요인이 예상보다 크고 당분간 지속될 소지가 있는 등 대내외 물가여건이 매우 어려운 상황’ 이라는 데 공감하고, 향후 추진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날 대책을 살펴보면 앞서 내놓은 물가 안정대책을 재확인하거나 제도 개선을 위한 대책 회의 일정만 있을 뿐 새로운 대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의 물가 흐름은 내부적 요인보다 유가 등 외부적 요인이 크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10일 계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가 불안으로 3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함께 다른 한편에서 중동사태로 인한 경기 불안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