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수연 기자
2004.09.22 15:10:35
네 가족 선정, 헬기로 고향까지
[edaily 김수연기자] 삼성생명이 매년 벌이는 `헬기귀향 사연응모 이벤트`에 올해도 절절한 사연이 모였다.
삼성생명은 2000년부터 매년 추석과 설 등 큰 명절에 몇 가족을 선정, 헬기로 귀향(경)하게 해주는 행사를 벌여 왔다. 올 추석에는 지난 9월 1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1000통의 사연을 받았으며 그중 네 가족을 뽑았다.
심근경색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산업재해를 당한 동생을 홀로 간호중인 어머님을 일본인 부인과 함께 찾아뵙고 싶다는 서영주씨, 결혼 10년만에 처음 처가에 가는 김승인씨 등 선정된 사연은 저마다 뭉클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삼성은 이들 가족에 25, 26일 잠실 선착장 인근에 가족전용 헬기를 준비, 고향집 근처 학교 운동장까지 갈 수 있게 하고 29, 30일에는 서울로 돌아오는 헬기도 역시 제공한다. 이밖에도 다른 30가족에는 10만원 상당의 추석 귀성선물도 제공하기로 했다.
다음은 이번 헬기귀향 사연응모에 뽑힌 사연들.
◇일본인 부인과 아이 셋이 함께 (서영주, 37세, 고향 부산 동래구)
칠순되신 아버지께서 지난 7월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퇴원하셨고, 퇴원하시는 날에 동생이 업무상 재해로 허리골절되어 12주진단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열쇠2개를 받는 꿈을 꾸시고 기분이 좋았다고 하시는데,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기니 불편하신 몸으로 병간호하시면서 만감이 교차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일본인 부인과 함께 서울 하계동에 살고 있는 7살, 5살, 2살의 아빠입니다. 국제가정과 자녀교육에 뜻을 두고 일을 하는데 경제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저나 아내나 부산에 내려가 부모님께 힘이 되드리고 싶은데, 어머니께서 저희 사정을 생각하셔서 반대를 하시니...
이번 추석은 부모님과 동생이 쓸쓸할 것만 같습니다. 아내와 아이 셋이 함께 내려가서 가족들의 만남과 친지, 조상들의 의미있는 만남이 되기를 바랍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동생에게 (김성진, 35세, 고향 전북 김제)
2년 6개월 전 같이 살고 있는 동생에게 거대 세포증이라는 병명이 옭아 맸습니다. 오른쪽 무릎 뼈가 스폰지처럼 밀도가 낮아지면서 부풀어 오르는 증상으로 병원에서는 관절을 고정하자고 했었지요. 젊은 나이에 관절을 고정시키면 제대로 걸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감당해야하는 심한 좌절을 생각하니 형으로써 가슴 미어지는 아픔이 밀물처럼 다가왔지요.
몇 번의 정밀진단 후 내린 결론은 타인의 뼈을 이식하는 수술을 시도해보고 관절을 고정시키는 시술은 그 이후에 생각해보자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저녁 6시에 수술실에 들어가 6시간 예정이었던 수술시간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었지요.
밖에서 기다리던 어머님과 저는 입이 바짝 바짝 마르고 걱정이 태산이었지요.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란 하나님께 무릎 꿇고 두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것뿐이었지요
새벽 세시가 넘어 회복실에 온 동생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얼마나 기뻤던지.춥다며 몹시 떨던 동생이 참으로 애처롭고 너무도 나약해 보여 또다시 눈물이 나더군요
그리고 3개월 여에 걸쳐 병원입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했었지요.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겠다며 1년 반이 넘는 시간동아 불편한 다리 때문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공부만 했었지요
그리고 3개월전에 경기도 화성시 공무원에 합격했다는 통지서를 받았고 2개월 전엔 수술당시 무릎에 꽃아 두었던 나사못과 철판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화성시에서 발령전 수습기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온전한 다리를 가질 수는 없지만 이젠 희망섞인 말도 종종하는 동생이 사회에일원으로 꿋꿋하게 살기 바랍니다.
그에게 형으로써 위안을 줄 기회를 주신다면 더없는 영광으로 여기겠습니다. 좌절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인으로 출발하는 그에게 무한한 영광과 더없는 행복과 행운이 항상하길 기원합니다.
◇ 결혼10년만에 명절처가나들이 (김승인, 38세, 고향 전남 무안군)
결혼10년만에 명절 처가나들이를 하고 싶습니다. 꼭 갈 수있게 도와 주십시오. 결혼 10년만에 명절에 한번도 처가에 못간 아내를 위하여 처갓집 식구들에게 이벤트한번 확실히 하고싶습니다. 아내는 물론 아이들과 처가 식구들이 제일 좋아할 겁니다
특히 칠순이 넘은 장인장모는 넘조아 하실 겁니다. 꼭 당첨돼서 아내와 처가 식구들은 물론 처가동네 사람들에게 꼭 보여 주고 싶습니다. 사위가 딸보다 작다고 왠지 모르는 창피함을 가지고 계시는 처가 식구들에게 작은사위의 똑똑한 점이라도 부각시키고 인생사는 데 키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저처럼 작은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고 살수있도록 꼭 보여 주고 싶습니다. 작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올바르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주지 않고사는 넓은 가슴으로 사는 세상이 되어야겠다고 간판이 전부가 아니라 내용이충실이 차 있는 게 무언 지를요 효도하며 사는 게 키가 아니라는 것도요.
◇다시 합쳐진 내가정 평생 잊지 못할 고향길이 되었으면 합니다(신원근, 38세, 고향 경북 안동시)
가을 하늘 높이높이 날수 있다면...지난날의 아픈 기억을.. 모두 날려 버리고..아름다운 가정을 만들고 싶네요.. 지난 가을은 그리도보기 싫었고.. 지난 가을은 그리도 슬퍼 했던지.. 이젠..가을 하늘이 이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건..내 가족의 아픈 기억을 잊어버리고..묻어 버리고 싶은
지난 시간.. 두 아들 녀석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주었던 날들... 그 상처를 이젠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에 남게 덮어 주고 싶네요..
부모로서의 주지 않아야할 아픈 상처를..이제 새롭게 시작된 내가정을..끝까지 지키고 싶네요..
아름다운 고향을 떠나..찌든 도시속의 소음과 공해에 지쳐져 가며..짜증과 불화로 물들어 잠시 깨어졌던 내 가정.. 이제 새롭게 시작한지..4개월. 그 동안 여행한번 재대로 하지 못한 아내와 두 아들 녀석에게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네요..
지난 아픔을 잊을 수 있는 멋진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네요.. 아픈 상처와 기억을 하늘 높이높이 날려 버리고...따사로운 어머니 숨결이 묻어 나는 고향같은 가정을 만들어 가고 싶네요...
여기 오신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좋은이벤트를 만들어 주신 분들에게도.가정의 행복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 못난 남편..못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