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미영 기자
2018.05.27 17:30:47
‘판문점선언’에 한반도 평화 기대감 퍼져
北, 억류 미국인 보내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했지만…
북미정상회담 전 ‘삐걱삐걱’…트럼프, 전격 ‘취소’ 선언
文대통령, 한미정상회담 직후 2차 남북정상회담 ‘종횡무진’
‘화해 담화’ 김계관… 트럼프도 “6.12 북미회담 가능”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판문점 선언’을 낸 뒤,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할 것이란 기대감이 퍼졌다.
그러나 한달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북미정상회담 개최 합의 취소 등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한반도 정세는 크게 출렁였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다시 마주 앉아 북미 정상회담 등에 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때까지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을 정리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전 세계에 실시간 생중계된 이 회담에서 특히 두 정상은 도보다리 산책 중 30여분 가량 배석자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회담 뒤엔 남북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올해 종전 선언’ 추진을 약속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도 적극 추진키로 합의했으며, 문 대통령은 올 가을 평양을 방문키로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달 7~7일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만났다. 당시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합의를 하면 북한에 단계적 경제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으로 돌아온 김 위원장은 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 다음날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과 함께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직접 알린 이 사건은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전 미국에 표한 ‘성의’로 해석돼, 북미회담의 청신호란 평가가 나왔다.
12일엔 북한이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그간 6차례 핵실험이 이뤄진 곳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북한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등 5개국 취재진을 현지로 초청하기도 했다. 다만 초청 대상에 전문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16일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11일 시작된 한미 공군 연합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 14일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국회 간담회 등을 이유로 삼았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내고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날 판문점 채널을 통해 남북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도 통보했다.
이튿날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미정상회담은 물론 남북관계에도 먹구름이 짙어지던 2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예정에도 없던 즉석 기자회견까지 열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6월에 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데 반해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잘 열리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 능력을 굉장히 신뢰한다”며 “문 대통령이 대통령이어서 한국은 아주 운이 좋다”고도 했다.
한편 23일 풍계리 핵실험장 외신 취재단은 북한 원산역에서 특별열차편으로 갈마호텔로 출발했다. 북측에서 명단 접수를 거부했던 남측 취재진은 뒤늦게 북측 허용으로 공군5호기를 타고 원산갈마비행장으로 떠났다.
24일, 예정됐던 대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이 열렸다. 그러나 같은 날 밤 예정에 없던 소식이 날아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공개서한을 보내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를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당신들(북한 관리)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 때문에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개인명의 담화를 내고 트럼프 행정부의 리비아식 비핵화 언급에 대해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하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시계제로로 맞은 25일. 미국 비난 담화를 낸 바 있는 김계관 제1부상이 ‘화해 담화’를 냈다. 그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며 “아주 좋은 뉴스를 받았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기자단에게 “북미 정상회담이 내달 12일 열릴 수도 있다”고 입장 선회 가능성도 언급했다.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이 전격 개최됐다.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 정상은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정상회담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내달 12일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언론 보도를 ‘오보’로 규정했다. 아울러 “북한과의 정상회담 논의가 매우 잘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도 말해,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