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건조대로 절도범 폭행해 사망…대법 "상해치사 유죄"

by성세희 기자
2016.05.12 10:58:13

20대男, 집에 들어온 도둑 발견하고 여러 차례 폭행
절도범, 의식 잃고 병원 후송됐지만 끝내 숨져
1심서 징역 1년6월…항소심서 집유로 감형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대법원이 집안에 침입한 절도범을 빨래 건조대로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집주인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집주인측은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2일 자택에 침입한 절도범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집단·흉기 등 상해치사)로 기소된 최모(22)씨의 집행유예형을 확정했다.

최씨는 2014년 3월 친구와 술을 마시고 강원도 원주시 소재 자택에 새벽 3시쯤 귀가했다. 늦은 시간에 불이 켜져 있어서 의아해 하며 문을 연 최씨는 자택에 침입해 훔칠 물건을 찾던 김모씨와 맞닥뜨렸다.

최씨는 김씨에게 달려가 주먹으로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렸다. 김씨가 쓰러지자 최씨는 옆에 있던 빨래 건조대로 김씨를 여러 차례 내리치는 등 수 차례 폭행했다. 의식을 잃은 김씨는 병원으로 실려간 뒤 9개월간 식물인간이 상태로 지내다 그해 12월25일 숨졌다.



최씨는 “자택에 무단 침입한 김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폭행한 건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며 “김씨를 폭행할 때 사용한 빨래 건조대는 흉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인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병민 판사는 최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최씨에게 징역 1년6월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춘천형사1부(재판장 심준보)는 항소심에서 최씨 형량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가 김씨 머리 부위 등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구타해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로 보기 어렵다”라면서도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잘못이 피해자에게 있고 피해자를 제압하려다가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