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신하영 기자
2015.05.31 17:40:08
첫 환자 발생 뒤 열흘 만에 감염자수 15명으로 늘어
2차 감염자 중 8명, 격리대상서 제외···불안감 확산
복지부 “향후 1주일 고비···3차 감염 방역에 총력”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열흘 만에 15명으로 늘어나면서 대한민국이 ‘바이러스’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2차 감염자 14명 중 8명은 정부의 자가 격리대상에서도 배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르스 첫 환자는 중동에 체류했다가 지난 5월 초 입국한 A(68)씨다. 그는 입국 7일 후인 지난 11일 발열과 기침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가 퇴원했다. 이후 증상이 악화되자 지난 17일 병원 응급실을 다시 찾아 입원했다. 병원 측은 A씨 입원 이틀 후인 19일에야 당국에 검사를 의뢰, 2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A씨와 같은 병실을 쓰지 않았던 여섯 번째 환자 B(71)씨도 2차 감염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당국은 그때야 같은 병동 환자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시작했다. 정부가 ‘환자와 2m 이내서 1시간 이상 머문 경우’만을 격리 대상으로 삼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정부 방역 체계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은 첫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다가 감염된 C(76, 세 번째 환자)씨의 아들 K(44, 열 번째 환자)씨가 중국으로 출국한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K씨는 지난 16일 아버지 병실을 방문해 4시간가량 머물렀지만, 정부의 자가 격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가족들이 역학조사 과정에서 K씨의 병실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도 문제지만 보건당국도 환자 가족관계 파악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K씨는 증상 발현 후 8일간 일상생활을 하다가 26일 중국으로 출장을 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통상 메르스는 환자 1명당 0.7명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된 상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첫 환자 1명이 14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15~17일 사이 첫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메르스가 집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첫 환자의 감염 여부가 늦게 진단되면서 감염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31일 메르스 확산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장관이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문형표 장관은 “아직 3차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민관합동 대책반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 복무 중인 병사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메르스 공포가 군대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날 국방부에 따르면 충남 계룡대의 한 부대에서 근무 중인 A일병은 휴가 중이던 지난 12일 어머니(여덟 번째 환자, 28일 확진)를 만났으며, 이 사실을 30일에야 군에 보고했다. 이에 대해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A일병의 휴가 기간(8~12일)은 어머니가 메르스 환자를 접촉한 15일 이전”이라며 감염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지만,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향후 1주일이 ‘메르스 확산 여부를 결정할 중대 고비’라고 판단하고 있다.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가 14일이기 때문이다. 첫 환자가 지난 20일 발생했기 때문에 3차 감염자가 나온다면 앞으로 1주일 내에 발생할 확률이 높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지금까지 발생한 감염자는 첫 환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환자로 현재 2차 감염까지만 확인됐다”며 “만약 3차 감염자가 발생한다면 조기 발견·치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