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낮아 찜찜한 물가‥디플레이션 현실화하나

by장순원 기자
2012.08.01 14:27:22

7월 물가상승률 1.5%‥근원물가 12년래 최저
경기침체에 수요둔화‥"디플레 가능성 있다"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물가하락과 경기침체가 겹쳐오는 디플레이션 전주곡일까. 경기 온도계가 내려가는게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가나 농산물 가격 등 공급쪽 요인이 안정된 이유도 있지만 수요가 위축된 면도 크다는 점에서 1%대 물가상승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5% 상승하는데 그쳤다. 지난 2000년 5월 1.1%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며, 2009년 7월 1.6% 이후 3년 만에 1%대를 기록한 것이다. 농산물(-2.2%)과 석유류(-4.1%)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됐고, 지난해 이맘때 물가가 워낙 많이 뛴 데 따른 기저효과와 무상보육 효과가 영향을 줬다.

하지만 경기가 차갑게 식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한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농산물과 석유류 제외지수인 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1% 올라 2000년 2월 이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린 것도 세계 경제가 둔화하면서 기름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형준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근원물가를 보면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서비스가격도 내려간 것”이라며 “근원물가를 보면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경제가 둔화하면서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물가하락과 경기침체가 겹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 경기가 침체하면서 소비가 지연되고, 기업의 생산과 투자활동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정 연구위원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올해 국내외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상태란 점에서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른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가 안정된다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을 쓸 여지가 커졌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물가 부담이 낮아지면서 한국은행도 금리정책을 통한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순원 기자 cr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