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천승현 기자
2010.03.12 15:25:33
복지부, 약가제도 운영방침 수정..유찰 사태 차단
제약업계 "근본적 해결책 없는 미봉책"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정부가 종합병원 공개입찰에 한해 새 약가제도의 시행시기를 한시적으로 유예키로 했다. 이로써 잇따른 공개입찰 유찰로 인한 의약품 공급대란의 우려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하지만 새 약가제도 적용 이후 펼쳐질 입찰 거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업계의 현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무리하개 새 제도를 강행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2일 보건복지가족부는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 시행일인 10월 이전에 체결한 의약품 공급계약에 한해 계약 기간에는 10월 이후에도 적용키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10월 이전 계약 부분에 한해 종전의 약가제도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단 10월 이후에 체결한 의약품 공급계약은 새 약가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9월말에 1년 계약으로 보험상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공급하면 계약기간 만료시까지는 이 약은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얘기다. 물론 저가구매에 따른 인센티브도 병원에 제공되지 않는다.
`약가인하`라는 걸림돌이 제거됨에 따라 최근 공개입찰 결과 전 품목 유찰됐던 서울대병원, 영남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종합병원의 의약품 공급계약도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연이은 유찰로 인한 의약품 공급대란 우려도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태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대책이 한시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공개입찰을 통해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어도 새 약가제도 시행 이후에는 또 다시 입찰 거부로 인한 의약품 공급대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내제약사 한 임원은 "새 약가제도의 문제점이 노출됐는데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은채 `당장 급한 불 끄기`식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10월 이후에는 병원에 따라 다른 약가제도 체계가 적용될 수 있는데 이는 정책 운영의 일관성도 떨어질 뿐더러 현장에서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무리하게 새 약가제도를 운영, 벌써부터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되는 이유다.
제약업계는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도 도입되면 제약사와 병원과의 이면계약을 통한 또 다른 리베이트를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럼에도 복지부가 새 약가제도를 시행하기로 방침을 세우자 어준선 제약협회장이 사퇴를 결정할 정도로 강하게 반발했지만 복지부는 당초 입장을 고수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새 약가제도를 시행하기도 전에 운영방침이 바뀐다는 것은 정부가 내놓은 약가제도가 `졸속행정`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새 약가제도의 시행 계획을 철회하거나 1년 정도의 시범사업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업계의 이 같은 비판에도 정부는 새 약가제도의 운영에 대해서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를 10월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으며 철회할 계획도 없다"면서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비점을 지속적으로 발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