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남규 기자
2006.05.17 16:29:52
`A매치 부상선수 배상하라` 유럽 구단-FIFA 법정다툼
[이데일리 강남규기자] 독일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전 세계가 축구열기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거느린 유럽 빅리그의 구단주들은 요즘 월드컵 보다는 최근 조용히 시작된 재판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의 명문 14개 구단(G14)의 구단주들이 지난 15일 룩셈부르크의 유럽연합 대법원에 회부된 재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와 유로머니가 16일 보도했다.
이 재판은 벨기에 샤를루아팀이 소속 선수가 '대표팀에 차출되었다가 부상을 당해 피해를 입었다'며 국제축구연맹(FIFA)을 상대로 제기한 것.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빅리그 구단의 숙원사업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G14이 거들고 나서 재판의 양상은 '빅리그 구단 대 FIFA의 대회전'으로 바뀌었다.
이들 구단은 소속 선수가 대표팀에 차출되어 FIFA가 주관하는 A매치에 뛸 경우 그 기간 동안의 연봉과 선수가 부상당할 경우 대비한 보험료를 FIFA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재판의 단초를 제공한 샤를루아팀은 모로코 출신 압둘마제드 올메르스가 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A매치에 참여했다가 부상당하는 바람에 팀 성적이 형편 없어졌고 티셔츠판매 등 부대사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올메르스가 경기를 뛰지도 못하는 데 연봉은 계속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은 유럽 구단이 '축구의 제전'인 월드컵보다 대법원의 재판을 예의주시하는 데는 유럽 축구업계의 녹녹찮은 실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빅리그 구단의 매출은 크게 관중수입을 비롯해 기념품과 텔레비전 중계권 판매 등 부대사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럽 축구시장에서 관중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구단은 부대사업에 더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의 구단들은 어지간한 회사에 뒤지지 않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이다. 2004~2005년 시즌의 경우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가 2억7000여만 유로,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억4000여만 유로, 이탈리아 AC 밀란이 2억3000여만 유로를 벌어들였다. 이 가운데 입장 수입이 아닌 부대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절반 이상이다.
박지성이 속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한 업체에 최근 티셔츠 판매권을 4년 동안 부여한 대가로 5700만 파운드(8700만 달러)를 받았고, 이영표가 뛰는 토튼햄 홋스퍼는 지난 15일 같은 조건으로 티셔프 판매권을 팔아 3400만파운드를 벌어들였다. 또한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올 시즌 중계권료를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17억파운드를 받고 팔았다.
그러나 이들 구단은 매출액 가운데 많게는 120%에서 적게는 70%까지 선수 연봉과 이적료로 지급하고 있다. 게다가 주요 수입원인 부대사업의 실적이 관중수입보다 더 민감하게 스타 플레이어의 기량과 실적에 반응한다.
결국 스타 플레이어가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는 월드컵은 빅리그 구단주에게 애물단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