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공동락 기자
2004.07.06 14:35:00
[edaily 공동락기자] BoMS멤버인 한화증권 최석원 팀장은 "2분기 넘어서까지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증거들을 못 찾고 있다"며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별다른 소식이 발견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7월 중 금리가 소폭이나마 오를 수 있는 경우란 금통위의 금리 동결과 코멘트일 텐데, 지금으로서는 팽창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 이외의 코멘트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시장참가자들은 잠시간의 소강 또는 금리 반등 이후 재차 박스권 하단을 공격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고 적어도 7월 중 금리는 크지 않은 범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복되는 이야기 : 살아나지 않는 소비와 투자
6월 중순 고점 이후 7월 초까지 꾸준하게 금리가 내리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추경 논의나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 얘기가 있었고 미국에서는 비록 25bp 정도 수준이었지만 금리 인상까지 단행되었음을 감안한다면 우리 채권시장에 퍼져 있는 매수 심리가 얼마나 강한지 가늠할 수 있다.
사실 월초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월 중순까지 금리는 20bp 정도 상승하기도 했다. 금통위와 한은이 우리 경제가 정책금리를 인하할 만큼은 아니라고 주장한 데다, 때맞춰 작년 말부터 계속 하락해 온 단기금리가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6월 중순이 지나며 그러한 심리가 다시 꺾였다. 결국 내수 경제가 좋아지는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았고, 민간에 더해 정부도 자금을 많이 쓰지 않을 것이라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6월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대외적으로 몇 가지 좋은 소식도 있었다. 유가가 5월말/6월초에 비해 안정되었고, 중국 경제의 조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이전보다는 커졌다. 이러한 정황을 바탕으로 해서 물가가 오르고 수출마저 둔화되면 우리 경제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던 비관론이 조금은 완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금리 하단에 더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대외 경제 여건과 관련된 비관론이 완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통화당국이 정책 금리를 단단하게 고정시키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 아니라, 그리고 수급상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금리 인하에 대한 한은의 강경한 입장이 시중금리의 하한선을 그어 주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7월 금리 전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앞으로 금리가 인하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시장 기대의 형성 여부라고 본다.
금리 인하, 고려해 볼 만한 시점이 아닌가?
우리가 보기에 일단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는 접었고, 인하의 필요성 또는 당위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금통위가 지금까지의 입장을 접고 정말 인하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
금리 인하가 필요한가를 살피기 위해서는 금리를 마지막으로 인하한 작년 7월 금통위 이후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흐름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수출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월별로 수출증가율은 40%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금통위나 정부가, 그리고 때로는 시장이 지속적으로 향후 1~2분기 이후 내수 경제의 회복을 기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전년동월비로 볼 때 지난 1년간 도소매판매증가율이 (+)를 기록한 것은 석달, 설비투자추계지표증가율이 (+)를 기록한 것은 넉달에 불과하다. 최근 수치(5월)도 각각 -2.2%, 1.2%에 불과하다.
금리 정책에 있어 첫번째 고려 사항인 물가가 많이 불안해졌는가? 물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좀 올랐다. 그렇지만, 대외적인 충격이나 일시적 요인을 제외한 코어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오히려 작년 하반기보다 지금이 낮다. 올해 들어 상승한 유가가 아직 제품가격에 다 반영되지 않았겠지만, 유가가 올라서 물가가 오를 경우에는 어차피 우리 수요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게다가 물가가 오를까봐 먼저 소비를 하는 상황도 아닌 것 같다. 통화정책에 있어 중요한 가늠자인 물가 상승 기대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 경제의 문제점에 많은 이유를 제공하고 있는 신용 문제는 어떠한가?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보면 신용 버블이 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개인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나, 개인 부문의 순저축률 등을 보면 신용 버블 이전 수준으로의 복귀를 위해서 앞으로도 몇 분기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동안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소비보다는 저축과 대출금 상환을 해야 하고, 소득의 급격한 증대가 없을 경우 이러한 복구는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물론 저축률이 높다고 해서 경제가 나빠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축을 많이 하고 소비가 줄어도 저축된 자금이 투자로 연결되면 전체적인 성장(내수 포함)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자금 수요로 볼 때 아직은 그러한 전환이 엿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작년 10월 시장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가 결정되지 못 했던 시기 걸림돌로 작용했던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부지불식간에 사라졌으며, 이제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거품의 붕괴를 우려할 정도로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 관련 레버리지가 높은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은 설사 다소 낮은 LTV가 쿠션으로 작용하더라도 위험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인식 하에서 일부 채권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금리 인하 예상이 늘고 있는 것이 과연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가?
한은의 인상 단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제는 한은이 과연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것인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은의 의사결정에는 앞서 지적한 경제적 환경 외에 ‘그 밖의 많은 요인’들이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금리 정책이 별 효과가 있겠느냐는 회의, 나아가 별 효과 없이 비관론만 확산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 세계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우리만 인하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자금 유출에 대한 불안감, 물가나 집값이 오르면 나타날 수 있는 비난 여론, 금리가 낮아서 소득이 줄어든 저축생활자의 불만 같은 것들이 소위 ‘그 밖의 많은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중에서 세계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은 한은의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이미 미국은 금리를 인상했고, 아직까지 그러한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과거 경험상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 변화는 자금 이동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차례 밝힌 듯이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적어도 현재까지는 긴축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긴축을 할 만큼 미국 경제에 과열의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인상은 물가가 아닌 다른 저금리의 부작용에 대한 조치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 주지하다시피 FOMC 성명서도 앞 부분에 인상 후의 금리가 시장친화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크루그만이 지적한 대로 정책 당국의 ‘진정한 의도’를 쉽게 알 순 없고 이를 알기 위해선 상당한 숙제가 필요하지만,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사전 대응으로 6월의 금리 인상을 평가하긴 곤란하다고 본다.
금리 인상폭이 25bp에 그친 것도 그렇다. 물론 이는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단순히 최초 금리 인상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일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기에 더 중요한 이유는 앞서 지적한 대로 미국 경제가 과열 신호는커녕 불안한 모습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경기 수축기에 줄었던 일자리 수는 이제 반 조금 넘게 다시 생긴 상태고, 가동률은 90년대 경기 저점 부근에도 아직 못 미친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적어도 올해 말까지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고 폭이 클 이유는 없어 보인다. 우리는 올해 안에 남은 네 차례의 FOMC 중 두 차례 정도에서 25bp씩 추가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내년에도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이고 인상 이후 금리 수준은 과거의 중립적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본다.
미국으로부터 촉발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이러한 성격을 갖는다면 사실 금통위와 한국은행이 막연히 세계적인 금리 인상을 따라가진 않을 것이다. 미국 시중금리는 완만한 정책 금리 인상 하에서 천천히 올라갈 것이고, 자금 이동이나 달러화 가치의 변동도 큰 폭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내수가 앞으로도 1분기 정도 부진할 경우 한은이 결국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급과 관련된 기본 시각
지금의 채권수급은 내수 부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론 장사 잘 되는 수출 기업들이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지 않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찌 되었건 민간 부문에서 외부 자금에 대한 수요가 없는데 금리가 오를 수 있는 경우란 별로 없다. 자금 수요가 없으면 시장은 자금 수요자가 우위를 가지게 되고, 금리는 수요자가 원하는 방향(금리가 내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며,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자금 공급자의 요구는 무시될 수 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물가에 대한 금리의 반응이다. 물가가 오르면 자금을 빌려 주는 사람은 당연히 예상되는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가치 하락분을 금리 인상을 통해 보전 받고 싶을 것이다. 자금 공급자가 우위였던 과거에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올랐던 것은 이러한 공급자의 ‘의지’가 금리에 반영되기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민간 부문에서 자금을 가져다 쓰지 않으니, 정부나 한국은행의 자금 수요가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자금 수요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연간 계획으로 정해져 있고, 한국은행은 능동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주체가 아니라 수동적으로 자금 사정을 조절하는 주체이므로 금리에 독립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책금리를 통해서 뿐이다(물론 가끔은 독립적인 영향을 미치려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순간 정부의 자금 조달이 가장 큰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수급 쪽이 꼬여서 금리가 올라가는 경우를 생각하기란 어렵다. 금리가 올라갈 만큼의 채권 발행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예외가 될 수 있는 경우란 최근 한국은행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과도한 환율 방어 정책으로 외환시장 안정용 채권이 많이 발행되는 경우일 텐데, 작년 하반기의 경험이 정부의 이러한 의사 결정에 참고가 될 것이다. 게다가, 시장은 이미 국채 수급 악화에 따른 금리 상승 이후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가를 알고 있다.
7월에도 비슷한 금리 수준
다소 장황한 설명이 되었지만,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증거들이 필요해진 상황인 점은 분명해 보인다. 2분기 넘어서까지 우리는 당초 예상했던 증거들을 못 찾고 있다. 물론 현재가 나쁘다고 해서 앞으로도 나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오류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듯이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별다른 소식이 발견되기 어려울 것 같다.
7월 중 금리가 소폭이나마 오를 수 있는 경우란 금통위의 금리 동결과 코멘트일 텐데, 지금으로서는 팽창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 이외의 코멘트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시장참가자들은 잠시간의 소강 또는 금리 반등 이후 재차 박스권 하단을 공격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고, 적어도 7월 중 금리는 크지 않은 범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