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칼날에 대기업 울 때 `김앤장`은 웃었다
by민재용 기자
2016.06.26 22:32:24
대기업 검찰 수사 대상 오르면 김앤장 등 4대 로펌부터 노크
재벌 총수 형사사건의 경우 연간 선임료 100억대 추산
"패소시 문책 우려해 회사 실무자들 대형로펌 선호"
| 검찰 사정 칼날 앞에서 선 대기업들이 앞다퉈 김앤장 등 대형로펌을 변호인으로 선임, 대형로펌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검찰이 재계를 향해 사정칼날을 전방위로 휘두르자 김앤장, 태평양 등 대형 로펌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검찰 수사로 기업 총수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사법처리 위기에 내몰리자, 기업들이 검찰의 사정칼날을 방어할 방패로 판·검사 출신의 경험 많은 변호사들을 대거 보유한 대형 로펌을 선택하고 있어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은 변호인단을 김앤장과 태평양, 광장, 세종 등 대형로펌 위주로 꾸렸다.
김앤장은 검찰 수사의 핵심 대상인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신동빈 회장에 대한 변호를 맡는다. 또 태평양과 세종은 롯데쇼핑과 롯데홈쇼핑, 롯데케미칼 등의 변론을 담당한다. 광장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장남 회사 변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의 핵심인 김앤장은 천성관 전 서울지검장과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을 변호인단을 이끌 간판으로 내세웠다.
천성관 변호사는 지난해 롯데그룹 ‘형제의 난’ 때부터 롯데 관련 업무를 총괄해와 김앤장 내 롯데 전담으로 통한다. 차동민 변호사는 현재 롯데그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출신으로 김앤장에서 기업 형사사건을 주로 다뤄왔다. 지익상 전 고양지청장과 이준명 전 창원지검 차장검사 등도 롯데그룹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롯데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법조계에서는 이미 김앤장이 롯데 변호를 맡을 거라는 얘기가 돌았다”며 “롯데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검찰도 전직 고위 검찰 출신들이 주축을 맡은 변호인단이 상대라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J는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의 변론을 김앤장, 광장 화우 등 대형 로펌에 맡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중에서도 이재현 회장과 관련된 핵심 수사 대응은 김앤장이 맡았다. 최근 탈세·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뒤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 회장도 김앤장과 태평양으로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님과 관련된 형사 사건의 변론은 김앤장 등 4대 로펌 중 한 곳에 맡기는 게 불문율”이라며 “기업범죄 관련 소송에 대한 경험이 많고 검찰의 논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법률 지식이 풍부한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많은 대형 로펌을 선임해야 재판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앤장과 태평양같은 대형 로펌으로 변호인단을 꾸리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사건에 따라 다르지만 법조계는 재벌 그룹 총수 형사사건의 경우 연간 선임료가 100억원대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A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총수가 감옥을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 선임료가 비싸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회사 내에 아무도 없다”며 “대형 로펌들은 이런 사정을 알고 있어서인지 총수 관련 형사 사건의 경우에는 선임료를 비싸게 부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비싼 선임료를 지불했다고 해서 대형 로펌이 재판에서 언제나 승리의 보증수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CJ의 경우 김앤장을 선임하고도 이재현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앤장과 태평양으로 변호인단을 꾸린 효성 조석래 회장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의 대형 로펌 편식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그나마 재판에서 이길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회사내 실무자 입장에서는 ‘김앤장을 선임하고도 졌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책임 회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B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김앤장 등 대형 로펌을 선임한 소송에서 내부에도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중소 로펌을 내세웠다가 소송에서 지면 책임 추궁을 당할 수도 있다”며 “해당 능력과 상관없이 이름있는 대형 로펌만 이득을 보는 구조가 고착화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