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부른 곡물파동, 연말 우리나라 덮치나

by정다슬 기자
2012.08.16 15:00:45

풍부한 유동성 바탕으로 투기세력 가세
한은 총재 "인플레엔 큰 영향 없어"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기상악화로 밀·옥수수·대두의 주요생산국들의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곡물 파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그 어느 때보다 자금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투기수요를 자극해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콩 자급률은 31.7%, 밀 가급률은 1.7%
16일 소맥·옥수수·대두·면화 등 8개의 품목으로 구성된 S&P GSCI 농산물가격지수를 보면 6월 중순 이후 최근까지 두 달 동안 약 34% 상승하는 등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북서부 지역에 가뭄이 덮치면서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 곡물 재고율이 5년 중 최저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등장하고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세계 최대 생산 및 수출국인 미국이 이번 곡물가격 상승의 주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 두 차례에 걸친 곡물 파동보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각 주요국들의 재정부양책을 풀린 유동성이 투기자금으로 상품시장에 들어와 국제곡물가의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미 CBOT 소맥 선물옵션의 투기 순매수포지션은 지난 6월 12일 -1만 1000계약에서 지난 7일을 지군으로 6만 5000계약으로 증가했다. 옥수수 역시 같은 기간 9만 4000계약에서 32만 7000계약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곡물 자급율이 26.7%로 매우 낮은 우리나라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곡물가격의 상승은 이를 원료로 하는 밀가루·전분·사료 등의 가격을 인상시켜 장바구니 물가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은행은 국제곡물가의 물가인상 압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제곡물가격이 10%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1개월의 시차를 두고 0.2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플레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이재랑 한은 조사국 물가분석팀 팀장은 “과거의 곡물파동 때는 유가가 함께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많이 올랐지만, 이미 작년에 유가가 많이 상승한 상황이라 기저효과가 작용해 수치상의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정다슬 기자 yamy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