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신한금융 이사회..불씨는 `여전`

by원정희 기자
2010.10.29 12:04:40

류시열 직무대행 선임따른 비대위 구성 놓고 힘겨루기 예상
라회장 이사직 유지-신사장·이행장 퇴진거부 유력..불씨 여전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055550) 회장의 거취가 결판날 30일 이사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라 회장은 회장 및 대표이사직에서 자진사퇴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사직은 내년 3월 주총까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신상훈 사장과 이백순 행장은 사퇴 불가 의사를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이날 이사회가 `신한사태`를 봉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불씨는 여전히 남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의 예상대로 류시열 신한금융 비상근 이사(법무법인 세종 고문)가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정해질 경우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놓고 이사진들간 힘겨루기도 예상된다. 
 

▲왼쪽부터 라응찬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류 이사의 대표이사 직무대행 선임이 유력한 배경은 그의 경륜 등을 감안할 때 손색이 없기도 하지만 법상 사외이사의 경우 대표이사를 맡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법상 사외이사는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고 사외이사의 역할이 경영진 견제"라며 "사외이사가 대표이사(직무대행)를 맡아 상무에 종사하는 것은 맞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8명의 사외이사를 빼고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최고경영진 3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류 이사 말고는 대안이 없는 셈이다. 게다가 류 이사는 옛 제일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을 역임했고 신한금융 사외이사를 5년간 맡아와 은행산업과 신한금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류 이사는 "그런(직무대행) 것을 맡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지만 라 회장이 거듭 요청할 경우 끝까지 뿌리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신한금융 안팎의 중론이다.

당초 직무대행에 류 이사 카드가 거론될 당시엔 신 사장이나 일부 재일교포 주주들은 라 회장에 우호적이라는 점을 들어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표대결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신사장측과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은 다른 대안이 없고 내년 3월 주총까지의 임시직을 두고 무리하게 표대결까지 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 류 이사를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 사장 측 한 관계자는 "신 사장도 그렇고, 재일교포 사외이사들도 류 이사를 직무대행으로 세우는 것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늘(29일) 오후 재일교포 사외이사들과 국내 사외이사들이 모임을 갖고 신한사태의 향후 처리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 앞서 이 자리에서 어느정도 의견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신 사장과 재일교포 주주들은 류 이사를 직무대행으로 세우는 대신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비대위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 사장이 이번 사태 초기부터 최고경영진 3명을 제외하고 외부인사 등을 참여시켜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복수의 재일교포 주주들도 "류 이사는 라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별도로 당사자 3명을 빼고 비대위를 만든 후 앞으로의 후계구도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사외이사들도 같은 생각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류 이사의 중립성을 의심하면서 최고경영진 3인방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별도의 기구에서 후계구도와 정상화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국내 사외이사들은 언론접촉을 극도로 피하면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신한금융 측은 비대위 구성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있고 회장 업무를 대신할 직무대행이 있는데 비대위가 왜 필요하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비대위 구성을 놓고 양측간에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칫 비대위 구성여부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류 이사의 직무대행 선임도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라 회장의 이사직 유지여부도 관심사다. 대표직과 회장직에선 물러나더라도 이사직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사직은 주총에서 부여하는 만큼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는 이사직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신한금융 측의 논리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과거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나 황영기 전 KB금융회장의 사례에서 보듯 본인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하면 (이사직도) 끝나는 것"이라며 "주총을 거론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라 회장이 내년 주총까진 이사직을 유지하면서 향후 진행되는 후계구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이사회를 놔두고 별도의 비대위 구성에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재일교포 주주들 사이에서도 "반쪽 사퇴 아니냐"며 "이사직까지 버려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사회에서 어떤식으로 거론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신 사장과 이 행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관서지역의 재일교포 주주들은 3인 동반사퇴를 주장했고, 양용웅 본국투자협회장 등 밀리언클럽에 속한 주주 4명은 이 행장의 해임을 위해 주총소집요구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들의 거취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신 사장은 "명예회복 전에 사퇴없다"고 말해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자진사퇴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못박았다. 이 행장도 측근들에 따르면 "잘못이 드러난 게 없어 관둘 이유가 없다"는 식의 뜻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들이 사퇴의사가 없어 이사회에서 이들의 거취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거나 해임을 추진하는 식으로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란 쪽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이렇게되면 `신한사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신한금융의 불안정한 지배구조는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외부에선 신한금융의 빈틈을 호시탐탐 노리는 형국이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새 지배구조에 대해 "KB금융 모델이 적절하지 않냐"며 "회장엔 금융권 명망가, 사장엔 관료 출신, 행장은 내부 출신으로 가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도 직간접적으로 차기 CEO를 물색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일본통으로 분류되는 관료 출신의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이인호 전 사장, 최영휘 전 사장 등도 잠재 후보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