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형환 기자
2023.06.12 12:00:00
283개소 중 95개원 위반사항 적발
교습비 관련 위반 32건 등 139건
교육계 "정기점검·학원법 개정 필요“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서울 지역의 유아 대상 영어학원, 이른바 ‘영어유치원’ 3곳 중 1곳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이에 교육당국의 단속이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 5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설세훈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전담팀을 통해 교육부·시교육청·교육지원청이 함께 유아 대상 영어학원 283개원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대한 학부모 불안과 사회적 우려, 불법 사교육 행위를 엄정 대처하고자 특별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점검 결과 283개소 중 95개원(33.6%)에서 139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주요 점검 내용은 △명칭사용 위반 △교습비 관련 위반 △게시·표지·고지 위반 △시설 변경 미등록 △거짓·과대광고 등이었다. 이 중 4건 이상이 동시에 적발돼 벌점이 누적된 유아 대상 영어학원 1곳은 일주일 간 교습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외에도 벌점부과·시정명령 85건, 행정지도 9건 등이 내려졌다. 과태료도 27건이 부과돼 총 금액은 1080만원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교습비 관련 위반 32건 △게시·표지·고지 위반 29건 △강사 채용·해임 미통보 18건 △시설 변경 미등록 14건 △명칭사용 위반 13건 △거짓·과대광고 7건 등 총 139건이 적발됐다.
이번 점검은 지난 3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시도부교육감 회의에서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대한 특별점검을 진행해 위법·불법사항을 엄정 조치하라”는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누리과정에 대한 학부모의 불신을 타고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2017년 474곳에서 지난해 811곳으로 337곳(71.1%) 증가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사립유치원이 2017년 4282곳에서 지난해 3446곳으로 836곳(19.5%)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일반 사립유치원과 달리 유아교육법을 적용받지 않고 학원법을 적용받고 있다. 이에 따라 강습비, 강사채용 등 유아교육법과 달리 규제가 가벼운 상황이다. 예컨대 강습비의 경우 일반 사립유치원은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의 평균 1.5배까지만 원비 인상이 가능하지만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시교육청이 제시하고 있는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지난해 12월 서울 지역 영어유치원 311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월 평균 학원비는 112만6000원으로 전국 4년제 대학 등록금보다 2배 가량 비쌌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사실상 유치원의 역할을 하고있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지속적인 교육당국의 점검, 장기적으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민정 사걱세 공동대표는 “영어학원이 유치원과 유사 기관처럼 운영되며 반일제 이상으로 영유아를 관리하는 기관이 됐다”며 “그간 이같은 학원에 대한 관리·감독이 충분하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충분한 인력 확충을 통한 관리를 진행하고 장기적으로는 학원법 개정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임에도 유치원으로 혼동을 주는 운영에 대하여는 향후 교육부와 협의해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며 “그 외 학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도 지속적인 지도․점검을 실시하여 학원의 건전한 운영과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