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독재 맞선 '1세대 인권변호사' 한승헌 前감사원장 별세
by하상렬 기자
2022.04.22 11:42:42
향년 88세…민청학련·동백림 간첩단 사건 등 변론
민변 전신 ''정법회'' 설립 주도하기도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군사정권 시절 수많은 양심수와 시국 사범을 변호하며 ‘1세대 인권변호사’로 불린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지난 20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1934년 전북 진안군에서 태어나 전북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8회)에 합격했다. 법무관을 거쳐 1960년 법무부·서울지검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1965년 변호사로 개업해 군사정권 시절 인권변호사로서 여러 시국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분지 필화사건’, ‘동백림 간첩단 사건’, ‘통일혁명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을 맡아 변론하는 등 ‘시국사건 1호 변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은 1975년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규남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는 ‘어떤 조사(弔辭)’를 기고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거나 198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 사건 당시 공범으로 몰려 투옥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고인은 또 1986년 홍성우·조영래 변호사 등과 ‘정의실현 법조인회(정법회)’를 결정했다. 정법회는 1988년 출범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전신이다.
이후 김대중 정부 때인 1998~1999년 감사원장을 지내고 노무현 정부 때는 사법제도 개혁추진위원장을 맡았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리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엔 선거 캠프 통합정부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이 밖에 한국기자협회 법률고문과 한겨레신문 창간위원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관훈클럽 고문변호사 등도 역임했다. ‘피고인이 된 변호사’,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 등 저서도 다수 남겼다.
고인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신하고 사법개혁과 사법부의 탈권위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