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합니다’ 대학 인문학과 8년간 148개 없어져

by김의진 기자
2021.12.22 11:51:46

학과 구조조정서 인문 분야 먼저 없애
인문학과 졸업생 취업난 장기화 영향
교육부 인문학 진흥 5개년 계획 추진

전북 전주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이 채용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의진 기자] 대학 인문학 학과가 최근 8년 동안 148개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졸업생 취업률이 취약한 인문학과들부터 우선 구조개혁 대상으로 삼은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976개에 달했던 인문학 학과는 2020년 828개 학과로 줄었다. 8년간 148개 학과가 감소한 것으로, 1년마다 약 19개 학과씩 사라진 꼴이다. 대학들이 그동안 인문학과를 우선 구조개혁 대상으로 삼고, 학과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인문학과 졸업생이 취업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인문학과 졸업생의 취업률은 심각할 정도로 떨어진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인문학 전공 대졸자의 고용률 감소세는 코로나19 1차 대유행기였던 2020년 3월부터 4월 사이 마이너스(-)5.6%를 기록했고, 2차 대유행기였던 같은 해 8월부터 9월 사이에는 -7.2%를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문학 예산 확대를 위해 노력했지만 인문사회 분야 학술지원 사업 규모는 3000억원 수준에서 정체 상태”라며 “과학기술 연구개발(R&D)과 인문사회 학술지원 간 예산 격차는 점차 확대되고 있어 학문 분야 간 불균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문학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내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제2차 인문학·인문정신문화 진흥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인문학 진흥계획을, 문화체육관광부는 인문정신문화 진흥계획을 각각 수립해 추진한다.

교육부는 인문학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국립대학에 인문학 등 기초학문 육성을 의무화하는 ‘국립대학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대학 내 인문학 연구를 핵심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대학부설연구소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인문100년 장학금’을 통해 내년부터 인문사회 계열 대학생 3773명은 276억원의 장학금을 받게 된다. 인문학 비전임 연구자는 최대 5년간 매년 4000만원씩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에서 우수한 인문학 교육을 제공하고 대학부설연구소를 중심으로 인문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며 “기존의 과학기술 중심 융합연구와 차별화되는 인문학 중심 융복합 연구가 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