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해지는 '슈퍼황사'···대책 없나?
by강민구 기자
2021.03.18 11:00:00
기상현상이나 사막화·기후변화로 심각해져
'인재'로 변화···근본적 대책 마련 못해
인공위성 감시, 나무심기 등 접근 이뤄져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따뜻한 봄이 찾아왔지만 하늘은 흐리기만 하다. 매년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황사는 중국과 몽골 남부지역에 걸친 고비사막에서 발원한 모래 먼지를 의미한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황사가 심한 해로 중국 북경이 화성처럼 누렇게 변한 모습이 SNS에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황사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각종 역사서에 ‘토우(土雨)’ 등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상현상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사막화 등이 이뤄지며 영향력이 커져 인재(人災)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포함한 미세먼지까지 합쳐져 호흡기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위축된 상황에서 황사까지 점점 심해지며 우리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는 셈이다. 피해를 줄이거나 막을 대책은 없을까.
국내에서도 그동안 황사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천리안위성을 띄워 황사의 이동을 감시하거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을 중심으로 사막화가 진행되는 발원지에 나무나 작물을 심는 작업 등이 일부 이뤄졌다. 미세먼지와 관련된 범부처 연구단도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황사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학계에서는 황사를 ‘Asian dust(아시아 먼지)’, ‘Yellow dust(누런 먼지)’라고 부른다. 미세먼지(10마이크로미터)나 초미세먼지(2.5마이크로미터) 보다 크기가 더 크다. 황사는 △건조한 지역 △강한 편서풍 △따뜻한 기후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발생한다. 가령 건조한 지역에서 모래바람이 강한 바람을 타고 성층권까지 도달한 뒤 제트기류를 타고 이동해 중국, 한국, 미국에 영향을 준다.
자연현상이지만 기후변화가 이뤄지며 날씨가 따뜻해지고, 사막화로 건조한 지역도 꾸준히 늘어 황사는 점점 규모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발원지에서 염소, 양 등의 가축을 방목하면서 초원이 사라지고, 난방을 위해 벌목하고, 수자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막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기후변화로 한반도 내 기류가 바뀌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황사가 한반도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문길주 전 UST 총장은 “강수량, 적설량에 따라 겨울철 또는 봄에 먼지가 마치 불기둥처럼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성층권까지 올라간 후 제트기류를 타고 이동해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캘리포니아주까지 도달한다”면서 “최근에는 한반도 내 기류가 변해 황사가 한반도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처럼 중국에서 발생해도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 매년 봄철이면 황사가 발생해 야외활동을 어렵게 만든다.(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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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로선 마땅한 대책이 없다. 중국을 비롯해 동북아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미세먼지 저감과 관련한 대책과 함께 결합해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한다.
과학계에서는 우선 황사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며 관리하고, 방역수칙처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기홍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중국 발원지의 사막화를 늦추는 한편 국내에서는 실내에서 공기청정기 사용, 실외 활동 축소로 개인적인 노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며 “국내에서 대형장치를 설치해 먼지를 모두 빨아들여 제거하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황사가 넓게 분산되어 날아오기 때문에 완전히 제거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나무나 작물을 심어 급격한 사막화를 늦추는 방법도 떠오르고 있다. 곽상수 한국생명연구원 박사는 “발원지 주민들이 가난하기 때문에 사막화를 늦추려면 이들의 소득을 높여 벌목, 방목 등을 줄여야 한다”며 “중국 현지에서 이미 재배에 성공한 고구마나 알팔파와 같은 작물을 대량으로 심으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주민 소득도 높이고, 황사로 인한 ‘인재’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