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태양광 주도국은 美 아닌 中"…세이프가드는 '자충수'

by방성훈 기자
2018.01.24 11:01:3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부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세이프가드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외국산 태양광 셀·모듈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로 미국 내 태양광 산업이 위축되는 반면, 글로벌 태양광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의 위상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세계 태양광 산업을 확실하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다. ‘생산 능력’을 갖춘 선도 기업들 중 미국에 기반을 둔 회사는 없다”면서 “(세이프가드 조치가) 시장을 재편할 수도, 업계를 주도하는 중국의 지위를 위협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지상에 건설되는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약 10%, 지붕 위에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약 3% 각각 건설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 내 태양광 발전소 설치 수요도 향후 5년 동안 11% 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세계 태양광 산업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적응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조치가) 태양광 산업의 (글로벌) 확장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이프가드 조치를 단행하고 친(親)화석연료 정책을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현재 1600억달러(약 172조원) 규모의 세계 태양광 시장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세계 최대 공급자인 동시에 가장 큰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중국의 태양광 부품 제조업체들은 지난 10년 동안 저금리 대출 등 정부 지원 하에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 결과 현재는 압도적인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실제 크리스탈 태양광 전지 모듈 생산 능력은 125기가와트로, 2위인 베트남(7기가와트)의 약 18배에 달한다.

미국 역시 저렴한 중국산 제품 덕분에 태양광 관련 산업이 빠르게 발전해 왔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태양광 설비는 지난 2016년부터 2026년까지 10년 동안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제조·공급 업체들이 관세 인상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판매 가격을 올리면, 피해는 값싼 수입 제품에 의존하던 미국 업체와 소비자가 입게 된다.

결과적으로 미 태양광 산업을 위축시키고, 경쟁업체들에게도 부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의 휴 브롬리 태양광 부문 애널리스트는 “이번 세이프가드로 미 제조업 르네상스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라며 “관세가 부과되는 4년 동안 어떠한 투자 유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