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울수록 익숙한 곳에 투자"…유럽투자 늘리는 유럽자금

by이민정 기자
2017.02.02 10:27:29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유럽 투자자들이 자국 정치상황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내와 유럽 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작년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및 이탈리아 헌법개정 반대 투표를 시작으로 올해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 등 유럽 정치경제 지형을 뒤흔들 가능성이 농후한 정치 이벤트들이 산재한 가운데서도 유럽 내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일 수록 익숙한 곳에 투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대선 또는 총선이 예정돼 있다. 작년 영국 국민들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로 결정한 국민 투표 이후 올해부터 유럽연합과 영국간 브렉시트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미국의 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주의 경제 정책 역시 유로존 경제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이같은 EU와 해외 정치상황이 유럽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외부보다 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미국 투자자들이 대규모 유럽 정치 이벤트 등을 앞두고 유럽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는 반면 유럽 투자자들은 유럽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 작년말 헌법 개정안 부결 투표 이후 이탈리아 증시 FTSE MIB지수는 9%나 올랐다. 마이클 켈리 파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역, 국가마다 같은 이벤트라도 다른 시각으로 볼 가등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이탈리아는 국민투표에서 의회와 행정부 구조를 개편하는 내용 등을 담은 헌법개정안에 반대하면서 결국 마테오 렌치 총리 사임까지 촉발했다. 당시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은 이탈리아 헌법개정안 부결 및 렌치 총리의 사임 등이 유로존 경제를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정치혼란이 이탈리아 경제와 유로존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해 국민투표 전부터 일치감치 이탈리아 주식 등 자산 처분에 나섰다. 그러나 이탈리아 현지 투자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밀라노에 본사를 둔 카이로스 파트너스의 파올로 바실리코 최고경영자(CEO)는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70년간 65번이나 정부가 바뀌었다”며 “이탈리아를 잘 모르는 거대 투자자들이 국민투표 부결과 유로존 경제 존립을 연관시켰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현지 투자자들은 매수에 나섰다.



유럽의 가장 큰 자산운용사인 프랑스 아문디는 현재 옥일 국채는 매도하는 반면 프랑스 국채 매입을 늘리고 있다. 미국 투자자 등은 4월 프랑스 대선에서 프랑스의 EU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주의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점치며 프랑스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아문디는 르펜의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빈센트 모르티어 아문디 최고투자책임자 대행은 “르펜의 당선가능성은 `제로`라며 ”우리 프랑스인들은 프랑스와 프랑스 국민들을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국민투표를 두고도 영국 및 유럽과 그외 지역의 반응이 달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영국 투자자금을 급속히 뺀 반면 현지 투자자들은 투자를 유지했다. EPER 굴로벌에 따르면 브렉시트 투표 이후 4주동안 유럽 증시에 투자한 미국인 투자는 9%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럽 투자자의 투자 자금 감소는 1.7%에 그쳤다.

미국에서도 자국 중심의 낙관론이 감지된다. 지난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한주동안 글로벌 증시에 투자하는 미국 주식형펀드에서는 82억달러가 유입됐으며 글로벌 증시에 투자하는 유럽 주식형펀드에서는 61억달러가 감소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당선이 세계 경제에 훈풍을 불어올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유럽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부정적으로 내다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