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硏 "저유가에도 세계성장 부진..탈 석유화 지속"

by이민정 기자
2015.08.11 12:00:20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작년부터 국제유가 급락으로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지만 세계 경제 성장은 부진하다. 유가 하락이 석유 수요 증가과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끄는 메커니즘이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LG경제연구소가 11일 발표한 `저유가에도 계속되는 탈 석유`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50달러 전후로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석유 수요가 부진한 모습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석유수요 증가율은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1.5%에 그칠 전망이며 2016년에는 1.2%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선진국의 석유 수요 증가율은 올해 0.4%에 그치고 내년 0%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이번 유가 하락으로 0.5%p 내외의 성장 부양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 하락에도 세계경제 전망치는 오히려 하향 수정되고 있다.

IMF의 2015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4월 3.9%였지만 10월에는 3.8%, 올해 4월에는 3.5%, 7월에는 3.3%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향 수정돼 왔다. 이번 유가 급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더 심했던 2008년과 비교해도 세계경제나 세계 석유수요의 회복세가 부진하다.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국제유가 급락에도 세계경제가 크게 부양되지 않고 석유수요의 회복이 더딘 것은 그 만큼 세계 경제의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과거에 비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환경규제 강화와 더불어, 연비 개선, 새로운 에너지 부상, 석유소비 억제형 성장 패턴 등이 석유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탈 석유화 현상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석유산업의 경우, 석유재벌인 록펠러 가문이 2014년 9월에 이미 석유부문 투자금의 단계적 회수 입장을 발표했다”며 “석유 부국인 중동지역에서도 태양광 발전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또한 석유산업의 황금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셰일혁명으로 석유공급이 풍부한 데도 불구하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 등 탈 석유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는 점을 주목할 점으로 꼽았다. 저유가 국면에서 유전 개발 투자 등이 감소하고 있는 점도 유가 급등 요인인 동시에 탈 석유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로 회복하는 것은 2020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다만 개도국의 탈 석유 노력 정도에 따라 석유수요 증가세가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유가 상승이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선진국과 개도국의 탈 석유 노력이 보다 강화된다면 석유 수요가 크게 제약받으면서 유가 상승 폭도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