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리비아 파장]②친한파 인맥 분해 가능성

by오상용 기자
2011.02.22 14:01:00

마켓in | 이 기사는 02월 22일 13시 22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42년간 리비아를 통치해온 카다피 독재정권이 흔들리고 있다. 철권 통치에 염증이 난 반(反)정부 시위대와 정부군간 충돌은 내전 사태로 치닫는 양상. 현지에 진출한 우리 건설업체와 수출업체의 직·간접적 피해도 적지 않다.

당장의 금전적 손실 못지 않게 걱정되는 것은 그간 우리기업과 정부가 쌓아왔던 리비아내 인적 네트워크가 분해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리비아 사태가 정권 교체로 이어질 경우 그간 우리 기업들이 리비아내 친한(親韓)파 인사들과 맺어왔던 사업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대비책을 주문했다.

리비아 사태의 결론은 크게 2가지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폭력으로 사태를 진압해 현 정권을 유지하거나 반정부 시위대에 의해 리비아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다.

▲ 자료 : 코트라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이는 42년 고인물에 대한 대대적 청소를 의미한다. 과도정부 수립기의 혼란과 진통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카다피 정권에 협력했거나 득세했던 정치인과 고위관료 재계인사들의 대대적 엑소더스와 숙청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업계 건설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리비아 사태가 정권교체로 이어질 경우 1차적으로 공사대금 지연 등의 금전적 피해가 우려되지만 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우리 기업과 정부가 그간 다져왔던 인적 네트워크, 즉 리비아내 인맥이 끊길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친형 이상득 의원을 특사로 파견할 만큼 MB정권은 카다피 정권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려 힘 써 왔다"면서 "독재 정권의 속성상 대부분의 사업기회는 절대통치권자(카다피)와 그 측권에 의해 좌우돼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反) 카다피 세력이 정권을 장악할 경우 국내 기업에 적잖은 불이익으로 작용할 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그간 실리 외교를 표방해 왔던 우리 정부는 이번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도 "최악의 경우 리비아내 사업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요 고객이었던 리비아를 잃지 않기 위해선 경우에 따라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리비아내 새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국제적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경제적 안정을 위한 외교 행보가 최우선시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커다란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아직은 예단이 힘들다"고 말했다.

리비아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그간 꾸준히 확대됐다. 2004년 4억4700만달러였던 대(對)리비아 수출규모는 지난해 14억1100만달러로 3배 넘게 불어났다. 우리 기업이 리비아와 교역에서 얻은 무역흑자는 지난해 12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주요 수출품목은 선박과 승용차 가열난방기 건설중장비 등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작년 6월말 현재 우리기업의 리비아 투자규모는 82건에 걸쳐 3억2700만달러에 달한다. 현재 진출해 있는 업체수는 42곳에 달하며 이중 20여곳이 건설 및 송전 관련 업체들이다. 코트라 집계결과, 현재 20개 업체가 진행중인 리비아 프로젝트는 수주금액 기준 226억7000만달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