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지환 기자
2007.09.12 16:45:51
리비전 A 010식별번호 부여 방침으로 생존 위협받아
[이데일리 박지환기자] LG텔레콤(032640)이 정보통신부의 식별번호 '010' 부여 방침 발표 이후 ‘맞짱’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식별번호는 예를 들어 XXX-CCCC-YYYY인 휴대폰 번호가 있다면 앞 세자리 숫자를 말한다.
특히 12일 LG텔레콤은 ‘340만명 소비자 편익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자료를 내고 "기존 법까지 개정하면서 일방적으로 010으로 통합하려는 것은 소비자 편익을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LG텔레콤이 규제 기관인 정통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통신업계에서 드문 경우다.
LG텔레콤은 지난해 남용 전 사장이 WCDMA 주파수 반납에 따른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을 당시에도 이 처럼 심하게 반발하지 않았다.
LG텔레콤이 강도 높게 정통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정통부는 "010 식별번호를 부여해도 LG텔레콤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LG텔레콤입장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LG텔레콤, 정부의 010 부여로 가입자 유출 우려
LG텔레콤은 당초 정통부가 EVDO 리비전A 식별번호로 01X를 부여할 경우 2세대(G)용 식별번호(01X)를 사용하는 이용자 가운데 상당수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번호가 바뀌는 것을 싫어하는 2G 고객의 경우 상당수가 식별번호를 바꾸지 않아도 화상통화 등 고속 데이터 통화가 가능한 리비전 A 서비스에 가입할 것으로 기대한 것.
하지만 정부가 식별번호로 010를 부여키로 함에 따라 새로운 가입자 유치를 꿈꾸기는커녕 오히려 가입자 유출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리비전A 서비스는 SK텔레콤, KTF의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서비스의 장점인 글로벌 로밍, 가입자인증모듈(USIM) 기반 서비스, 휴대폰 라인업 등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존 LG텔레콤 고객들도 리비전A나 WCDMA나 똑같이 식별번호를 바꿔야 한다면 WCDMA보다 장점이 적은 리비전A를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다.
결국 LG텔레콤의 2G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도 이탈할 가능성이 커 향후 기업의 성장은 물론이고 생존마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K텔레콤과 800Mhz 로밍도 불투명
정부의 리비전 A 식별번호 010 부여 방침으로 LG텔레콤과 SK텔레콤의 보이지 않는 공조 관계가 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의 상당수는 KTF(032390)가 WCDMA에서 독주하자 이를 막기 위해 SK텔레콤(017670)과 LG텔레콤이 리비전 A 서비스 식별번호로 01X를 부여받기 위해 공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면에 나선 LG텔레콤은 그 대가로 SK텔레콤으로부터 800Mhz 로밍에 대한 약속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하고 있다.
실제 LG텔레콤은 올들어 KTF의 기지국 로밍을 순차적으로 줄이고 있다. 때문에 LG텔레콤의 입장에서는 SK텔레콤의 로밍 허용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