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인 기자
2006.08.02 16:42:52
6월 경제지표 일제 호조
BOJ정책위원들도 인상 가능성 언급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지난달 6년만에 처음 금리인상을 경험한 일본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 이후 발표된 6월과 상반기 경제지표들이 한 목소리로 `일본은행(BOJ)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정책 실패 우려로 정책위원들을 잠 못 이루게 한 증시마저도 반등해, 1만5000선에 안착했다.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시장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때 마침 BOJ 정책위원들도 잇따라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서, 불 붙은 기대감에 기름을 부었다. 한 위원은 인플레 우려를 근거로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경제지표 Good`..회복세 견조
BOJ는 지난달 14일 6년만에 첫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일본 경제가 오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고 금리인상을 견딜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금리인상의 최대 관건으로 평가받았던 6월 단칸지수도 기대이상의 결과를 나타냈다.
전격 금리인상 이후 증시 급락에 가슴 졸여온 BOJ도 이어진 경제지표 발표에 한시름을 높았다. 6월 경제지표가 일제히 호조를 보인데다, 일부 부진한 지표에도 합리적인 일회성 요인들이 있었다.
6월 산업생산이 전월비 1.9%(계절조정후)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1.3%를 웃돌았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시장의 자동차 및 가전제품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증산에 나서고 있다.
6월 소매판매(계절조정후)는 0.1% 늘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0.2% 감소를 전망한 바 있어, 기대를 크게 웃돌았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6% 올라 8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고, 실업률이 4.2%로 소폭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4%대의 안정된 수준이다.
오는 11일 발표되는 1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비 1.7%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4개 민간연구소의 전망에 따르면, 실질GDP가 전기비 0.4%, 전년비 1.7% 늘어, 6분기 연속 경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6월 무역흑자는 8079억엔(69억달러)로 5.9% 감소해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8332억엔보다 낮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역흑자가 줄었다는 결과보다도, 내수 급증으로 수입이 늘었다는 과정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일본 지대(地臺)도 14년만에 처음 상승하며 `탈디플레`를 외쳤다. 도쿄와 나고야 등 주요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땅 값이 크게 올라, 일본 평균 지대가 평방미터당 11만4000엔(944달러)로 전년비 0.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내 추가인상 전망..정책위원들도 지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지대 상승 소속을 보도하며 "1990년대 초반에 시작된 일부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마침내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한 정책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인플레 기대가 고조될 것이 염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채권시장은 BOJ의 금리인상 직후부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익일부터 단기금리가 BOJ의 목표치인 0.25%를 거듭 넘어선 것. 후쿠이 도시히코 BOJ 총재와 무토 토시로 부총재가 "금리를 한동안 매우 낮은 수준(very low)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강변했으나, 시장은 이미 추가 인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총리와 부총리를 제외한 정책위원들도 잇따라 추가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내놨다. 스다 미야코 위원은 지난달 26일 "올해 내 추가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즈호 아츠시 위원은 2일 "투자자들이 경제 및 물가전망에 대한 BOJ의 관점을 안다면 채권금리는 상승해야 마땅하다"며 추가 인상에 무게를 뒀다. 또한 "금리를 천천히 조정하겠다는 BOJ의 발언을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실질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경제에 해로울 것이 분명하다"며 "BOJ는 10월 반기보고서에서 경제와 물가에 대한 전망을 상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드레스너클라인워트벤슨(DrKW)의 에이드리안 포스터 이사는 "스다와 미즈노 위원이 연내 BOJ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암시했다"며 "두 BOJ 위원들의 발언이 엔화를 지지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IMF "경제부양적 정책 유지해라"
그러나 국제통화기구(IMF)는 일본은행에 대해 당분간 경기 부양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일본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 기대심리가 견고하게 자기잡기 위해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책을 유지하라`고 권고한 것.
IMF 이사회는 "디플레이션 이후의 통화정책을 수행함에 있어서, 재정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는 재정정책과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보완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위험없는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부가 추진중인 사금융제도 개혁을 이유로 일본 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 금융청이 사금융 이자상한을 기존 29.2%에서 15~20%로 낮출 경우, 일본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