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이폰에 정부 앱 넣어라" vs 애플 "있을 수 없는 일" [모닝폰]

by권하영 기자
2025.12.03 08:45:41

인도 규제 압박 거부한 애플
인도 정부, ‘산차르 사티’ 보안 앱 선탑재 및 삭제 불가 의무화 추진
애플 “전 세계 어디서도 없는 일”…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로 거부 방침

[이데일리 권하영 기자] 애플이 인도 정부의 강력한 스마트폰 규제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 인도 당국이 자국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스마트폰에 정부 주도 보안 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라고 명령하자, 애플이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사진=AFP)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인도 통신부의 ‘산차르 사티’ 앱 선탑재 명령을 따르지 않을 방침이다.

앞서 인도 정부는 애플과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향후 90일 이내에 모든 신규 기기에 산차르 사티 앱을 사전 설치(Pre-install)해 출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특히 이번 명령에는 해당 앱을 사용자가 임의로 삭제할 수 없도록(non-removable) 설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논란을 키웠다. 소위 ‘삭제 불가능한 정부 앱’을 강제한 셈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이러한 유형의 명령은 인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그 어떤 시장에서도 수용한 적이 없다”며 거부 의사를 인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산차르 사티’는 인도 정부 주도로 개발된 보안 앱이다. 주요 기능으로는 △분실·도난 단말기 신고 △통신사 통한 IMEI(단말기 고유 식별번호) 차단 요청 △스팸 및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 신고 등이 있다. 미 IT전문매체 맥루머스는 “이 앱에는 정부가 통제하는 상세한 추적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광범위한 데이터 접근 및 잠재적인 감시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평했다.



인도 정부는 범죄자들이 훔친 폰의 IMEI를 위·변조(Spoofing)해 유통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앱 보급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조티라디티야 M. 신디아 인도 통신부 장관은 해당 앱에 대해 “사용자가 언제든지 폰에서 쉽게 삭제할 수 있다”며 도청이나 통화 모니터링을 위한 어떠한 조항도 없음을 강조했다. 반면 인도의 제1야당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애플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번 조치가 아이폰의 정체성인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어서다. 애플은 그동안 폐쇄적인 생태계 전략을 통해 외부의, 특히 정부 차원의 데이터 접근 요구를 철저히 방어해 왔다.

만약 애플이 인도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예외를 허용할 경우, 이는 곧바로 전 세계적인 선례가 될 위험이 있다. 중국, 러시아, EU 등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명분을 내세워 자국 정부 앱 탑재나 사이드로딩 등을 요구할 명분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