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 '태국 최연소 총리 꿈' 좌절되나…오늘 2차 투표

by박종화 기자
2023.07.19 14:20:20

1차 투표선 상원 지지 못 얻어 집권 불발
2차 투표도 무산 땐 탁신 계열 집권 가능성
야당, 軍개혁 법안 발의…정국 혼란 우려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지난 태국 총선(하원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피타 림짜른랏(42) 전진당 대표가 대권 갈림길에 섰다. 지난주 총리 선거를 위한 첫 번째 투표에서 고배를 마신 그는 2차 투표에서도 인준을 받지 못하면 집권을 포기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총리직을 둘러싼 야권과 군부·왕실의 힘겨루기 속에 정국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피타 림짜른랏 태국 전진당 대표가 19일(현지시간) 총리 선출을 위해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동료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사진=AFP)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태국 의회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차기 총리 선출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를 진행 중이다. 수순대로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피타 대표가 총리로 선출되는 게 수순이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엘리트 기업인 출신인 피타 대표는 지난 5월 총선에서 전진당을 원내 1당에서 올려놓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가 대권을 쥔다면 태국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된다.

하지만 피타 대표가 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진 아직 불투명하다. 태국 선거법은 군부가 임명한 상원(249명)과 직접선거로 뽑히는 하원(500명)이 함께 투표해 과반(375석)을 얻은 후보를 총리로 선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주 1차 투표에서 피타 대표는 324표를 얻어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섰지만 상원의원들 표를 충분히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진당은 지난 선거에서 징병제·왕실 모독죄 폐지 등 진보적인 공약을 내세워 군부·왕실과 정면으로 맞섰다.



피타 대표는 2차 투표를 앞두고 배수진을 쳤다. 그는 지난주 “현실적으로 전진당이 내각 구성을 주도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지면 2위 정당인 프아타이가 주도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내 2당인 프아타이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딸인 패통탄 친나왓이 이끌고 있다.

군부와 전진당의 대립 속에 프아타이가 어부지리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프아타이는 피타 대표가 낙마하면 총리 후보로 부동산 재벌 출신인 스레타 타위신을 내세울 계획이다.

그러나 전진당이 아닌 프아타이나 다른 세력이 집권한다면 한동안 태국 정국은 진통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관선의원들이 선거로 표출된 민의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전진당 지지층은 1차 투표에서 총리 선출이 무산된 지난주부터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지난주 태국 선거관리위원회가 피타 대표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의원직을 정지·박탈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면서 더욱 격앙됐다. 전진당 역시 집권이 불발되더라도 군부와 정면대결을 불사할 태세다. 전진당 의원들은 전날 징병제 폐지를 포함해 민간정부에 대한 군부 영향력 축소, 과다한 군비 지출에 대한 정부 감사 등을 위한 군 개혁 법안을 제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과정에서 야권 지지층과 군부·왕실 지지층의 충돌, 무정부 상태 장기화, 쿠데타 등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태국 상황에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선거 이후 국면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지금이 태국이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타 대표는 이날 투표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서 “지금처럼 암운이 가득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