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형수 기자
2015.04.26 16:45:11
박근혜 대통령 귀국 앞두고 수사 속도 올리는 검찰
成 리스트 수사 성패 여부는 ''비밀 장부'' 확보…관계자 구속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전·현직 토목환경건설 본부장 조사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라진 증거물을 찾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경남기업 관계자의 협조를 얻지 못하자 ‘구속’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별수사팀이 이처럼 강공모드로 전환한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귀국일이 임박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내역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 장부’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인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와 수행비서인 이용기(43)씨를 상대로 장부의 존재 여부와 행방 등을 추궁하고 있다.
앞선 소환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던 박 전 상무는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했고, 이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이씨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와 이씨가 성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알고 있으며, 관련 서류 등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전 상무 등은 특별수사팀이 꾸려지기 전 경남기업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본사를 처음 압수수색한 지난달 18일 전후로 비자금 조성과 사용처 내역 등이 담긴 주요 자료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상무와 이씨를 구속해 장기간 신병을 확보하면 금품 로비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우선 다른 경남기업 관계자와 말을 맞출 수 없는 데다 ‘성완종 리스트’ 속 정치권 실세들과 접촉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검찰 수사에 협조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수사팀은 비밀 장부를 비롯해 금품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물증을 찾는 게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와 이씨 외에도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 여모씨, 수행비서 금모씨 등을 상대로 증거인멸 가담 여부와 성 전 회장의 생전 행적도 살펴보고 있다.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4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부여·청양지역에 출마한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여씨와 금씨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박 대통령의 27일 귀국이라는 일정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의 수용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수사 상황은 중요한 판단 요소 가운데 하나다.
한편, 검찰은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전·현직 임원을 구속하며 수사 속도를 올리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토목환경건설본부장 자리가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에 연루돼 수사를 받은 전·현직 토목환경사업본부장은 총 4명이다. 이 가운데 박모(59) 전 전무를 구속하고 최모(53) 전무에 대해선 구속기소했다. 최 전무는 2010년 5월~2013년 6월 베트남 노이바이-라오까이 고속도로 공사 하도급 업체인 흥우산업에 지급한 대금을 부풀려 차액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총 28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중 2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