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차그룹, 현대건설 인수 `시동`...골드만 자문사 내정

by좌동욱 기자
2010.08.12 14:39:00

정의선 부회장측 M&A 주도..계열사 엠코로 입찰할 듯
현대차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경영권 승계구도 포석

[이데일리 이진우 좌동욱 민재용 김도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M&A)를 위해 외국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를 인수 자문사로 내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현대차(005380)그룹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가 현대건설 M&A를 주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000720) 인수는 국내 건설산업 판도 변화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구도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구 회장으로서는 장자로서 현대가(家)의 모태(母胎)인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적통(嫡統)을 잇겠다는 상징성도 내세울 수 있다.

12일 현대건설 채권단과 복수의 투자은행(IB)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자문사로 골드만삭스를 내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 계열 증권사인 HMC투자증권도 공동 인수 자문사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계 자문사로는 삼일PwC가 내정됐다.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현대차그룹이 아직 골드만삭스에 멘데이트(권한)를 주지는 않았지만 인수 자문사로 내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M&A 일정상 이달말까지는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HMC증권, 삼일PwC는 이미 현대건설 인수 전략을 함께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자문사 내정은 현대건설 인수전에 본격 참여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 "검토는 할 수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는 정의선 부회장의 적극적인 의지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서 현대건설 M&A는 정의선 부회장측이 주도하고 있다"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동차와 제철사업 외 독자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성장성이 높은 중동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사업에 적극 진출할 수 있고 자동차와 제철사업에 국한된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작년말 기준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한 그룹 총 매출은 89조500억원으로 이중 건설사업(엠코)이 차지하는 비중은 1.2%(1조806억원)에 불과하다. 현대건설 인수전의 주체로는 엠코가 나서고, 다른 계열사들은 측면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중공업(009540)이나 KCC(002380) 등 범현대가가 인수전을 지원할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엠코는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25.06%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정몽구 회장(10%), 글로비스(086280)(24.96%), 기아차(000270)(19.99%), 현대모비스(012330)(19.99%) 등 특별 관계인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 후 엠코와 현대건설이 합병할 경우 정의선 부회장이 후계자로서 복잡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를 정리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최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31.88%) 주식 가치가 높아질 수 있고 엠코 지분도 현금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도 지난 11일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공개매각절차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발표, 현대건설 인수전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간 2파전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그룹은 도이체방크와 맥쿼리를 인수 자문사로 선정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정몽구 회장과 제부(弟婦)관계다.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건설 주식은 3888만4027주로 전체 지분의 35% 정도다. 현대건설 주가를 6만원으로 따져 계산할 경우 시가로 총 2조3000억원 규모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30%로 치면 총 인수금액은 3조원, 50%로 볼 땐 3조5000억원에 이른다. 현대건설 주가는 건설업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 5월 4만6000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지난 11일 6만6500원에 마감했다.

현대그룹 채권단은 오는 10월 매각 공고를 낸 후 인수의향서 접수, 실사 등의 절차를 거쳐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인수 자문사 내정과 관련, "인수 자문 계약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일부 은행(IB)들이 자기측에 유리하도록 소문을 내는 것 같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