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정민 기자
2003.02.07 15:49:27
"정부 정책 성공하도록 일조하겠다"
[edaily 하정민기자] 제28대 전국경제인연합회 손길승 회장(SK그룹 회장)은 7일 "새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과 동북아 허브 등 국가전략과 정책의 근본목적이 기업경영활동을 북돋워 국력을 신장시키자는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이같은 뜻에 부합하는 재계의 안을 모아 (새 정부에)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회장은 이날 전경련 회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집단소송제와 상속 증여세 포괄주의 등 재벌개혁 3대 과제에 대한 구체적 견해는 언급하지 않았다. 손 회장은 재벌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전경련 회장단과 한국경제연구원 등 관련기관과 충분히 상의하고, 검토해 추후에 답변하겠다"면서 즉답은 피했다.
이같은 손회장은 언급은 노무현 당선자 등 새 정부가 최근 수차례 강한 재벌개혁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성급한 발언이 불러올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손회장은 시종일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에 협력, 경제를 살리는데 재계가 앞장서겠다는 원칙만 밝혔을 뿐, 재벌개혁과 관련된 입장은 조심스럽게 유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손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취임소감은.
▲무거운 직책을 맡게 돼 글자 그대로 마음이 무겁다. 평소 "내 임무는 SK그룹을 세계에서 가장 건전하고 강한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꿈에도 전경련 회장직을 맡으리라고 생각 못했는데 수락하지 않으면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 된다는 생각에 수락을 결심했다.
지금도 상당히 걱정스러우나 기왕에 결심을 한만큼 부족한 것은 주변 사람의 힘을 빌려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
-전경련 회장으로서 기본적으로 어떤 활동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재계는 이제 시대변화에 맞춰 스스로 변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새로운 정부의 국가전략 및 정책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 재계 임무다. 회원사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상충하는 일이 있을까 걱정되지만 대화와 토론을 통해 조정하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겠다. 특히 부족한 내가 중책을 맡았기 때문에 회원사, 회장단이 더욱 단합해야 같이 일을 할 수 있다. 많은 협력을 부탁드린다.
-차기정부의 과제 중 하나가 동북아 허브국가 건설이다. 노무현 정부가 구상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재계는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전경련 회장이 아닌 기업인으로 생각했던 점은 정책당국과 실천부대(기업)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미국에 가서 전문가들과 논의해보니 향후 5년간 가장 중요한 과제가 중국 및 일본과 협력체제를 구축하는데 한국이 일정한 포지셔닝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 일정한 범위 이상의 국력을 가져야 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국력을 결집하지 않으면 19세기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올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였고 그것의 구체적인 내용이 동북아 허브라고 여겼기때문에 매우 기뻤다.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 기업인들이다. 정부과 협력해 구체안을 만들겠다. 기업의 안을 제시하고 다듬어 나가겠다.
-지난 3일 노 당선자는 집단소송제 등 3대 재벌과제를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와의 관계를 풀어나가기가 쉽지않을 것 같다. 취임사에서 "정부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한 뜻은 3대 과제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인가.
▲당선자의 말은 "국가의 중대과제가 기업활동을 북돋워 국력을 신장시키는 것이고 이를 통해 동북아 허브국가를 만들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는 뜻도 된다. 기업은 국가를 떠나 존재할 수 없고 국책과제를 떠나서도 존재할 수 있다.
정부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우리의 의견을 내겠다. 보다 좋은 안이 있으면 그것도 내서 새 정부의 개혁과제가 성공하도록 하겠다. 앞에 서서 뛰어다니는 것이 내 일이다. 축하 말고 위로를 해달라.
-대기업의 이익과 재벌의 이익이 충돌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때 어떤 부분을 우선시할 것인가.
▲기업과 재벌은 상충하지 않는다. 기업이 없는데 재벌이 있을 수 없다. 건전한 기업이 있어야 건전한 재벌이 나온다. 때문에 충돌할 수도 없다. 모든 문제는 시장에서 판단할 것이다. 시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재벌은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재벌과 기업은 같은 선상에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 oblige)에 대한 평소 생각은. 상속증여세 포괄주의에 대한 의견도 들려달라.
▲학교 다닐 때부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많이 봐 왔다. 내가 41년생인데 독립, 정부수립, 6·25 등 어려운 시기를 많이 거쳤다. 어려울 때 힘을 합하고 괴로울 때 서로 위로해주고 넉넉한 사람이 넉넉하지못한 사람을 격려하니까 어려운 시기를 잘 넘어가더라. 나도 그래서 살아남았다.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해야된다. 한경연이나 기업 경제연구원 자료를 검토해서 사회가 요구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기업이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자진해서 검토해 보겠다. 앞으로 꼭 해야된다는 것은 틀림없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정리해서 다시 말하겠다.
-취임사에서 회원사·회장단의 지원이 적극 필요하다고 했는데, 전문경영인 출신이라서 재계와 전경련이 따로 돌아가지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계와 전경련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전문경영인이나 오너나 경영인이라는 면에서는 모두 같다. 전경련이 회원사의 문제점을 모르고 활동하면 문제가 있다. 전경련의 회원사들이 해야할 일을 집대성해서 공통부분을 찾아서 일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전경련 활동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보나. 전경련이 싱크탱크가 되기 위해 보완할 점은.
▲온고이지신이란 말이 있다. 평소 우리 전경련이 이 점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기업이라는 것은 국가 내의 기업이지 국가를 벗어나서 존재할 수 없다. 아무리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도 지역에 근거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기업이 잘 되자면 국가 전략 정책이 무엇인지 알아야하고 거기에 동참 협력할 수 있는 안을 내주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실물경제 주체자인 우리가 봤을 때, 기업들이 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은 안을 내놓아 정부정책을 보완, 보다 잘 수행되도록 하겠다.
-SK회장을 4년 넘게 했는데, 3대 재벌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왔고 이 부분을 어떻게 정부와 조율할 것인가.
▲전경련 회장이 될 거라고 할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생각해 본 바 없고 현재는 전경련 회장으로 앉아있으니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는 것도 타당치 않다. 답변할 준비도 안 돼 있다. 분명한 기조는 정부 정책이 성공하도록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노 당선자의 3대 재벌개혁과제가 기업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해왔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같은 재벌정책이 성장 잠재력에 어떻게 작용한다고 보나.
▲정책입안자들은 국가 발전을 우선시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면 풀어가지 못할 문제는 없다. 앞으로 연구검토를 해서 여러분들의 질문에 속시원히 답해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