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즈'가 뭐길래 우리 전투기가 출격했나요?[궁즉답]

by이유림 기자
2022.08.24 11:42:10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러시아 군용기가 23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진입해 우리 공군 전투기가 출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러시아 현지 매체는 러시아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오늘 전략폭격기 Tu-95MS 2대가 동해 상공을 비행했다”며 “비행 구간의 특정 단계에서 한국 공군의 F-16 전투기들이 출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전략폭격기 Tu-95(맨 앞쪽)과 Su-35(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사람들이 종종 카디즈와 영공을 헷갈리곤 합니다. 둘은 분명 다릅니다. 먼저 영공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국가는 영토, 영해, 영공으로 구분됩니다. 영토는 쉽게 말해 그 나라의 땅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우리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해는 그 나라의 바다로, 통상 영토(섬 포함)로부터 12해리(22km)까지 인정됩니다. 영공은 ‘영토와 영해 위의 하늘’로, 국제법상 주권을 인정받는 구역입니다. 따라서 주권국의 허가 없이 영공에 진입해선 안 됩니다.

반면 방공식별구역(ADIZ·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고 대응하기 위해 설정한 임의의 선입니다. 기존의 영공 범위로는 기습과 같은 돌발 사태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종의 ‘완충구역’ 개념으로 설치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영공보다 더 넓게 설정돼 있습니다.



대개 방공식별구역은 국가 간의 협상이 아닌, 어느 한 국가의 일방적인 선포로 이뤄집니다. 국제법상으로도 방공식별구역에 관한 명시적 정의나 협정,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진입하는 군용기는 미리 해당국에 비행 계획과 진입 시 위치 등을 통보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입니다. 만약 통보 없이 진입할 경우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키기도 합니다. 경고 통신을 해 이탈을 유도하기 위해섭니다.

각국 방공식별구역의 명칭은 맨 앞에 자국의 영문 이니셜을 붙여 정해지는데, 한국은 ‘카디즈’(K+ADIZ), 중국은 ‘차디즈’(C+ADIZ), 일본은 ‘자디즈’(J+ADIZ)입니다. 각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은 겹치기도 하기 때문에 종종 마찰이 생기기도 합니다. 지난 2013년 확대된 현재의 카디즈는 이어도와 마라도, 독도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국 방공식별구역 카디즈. 2021.11.19. (자료=국방부)


러시아의 이번 카디즈 진입과 관련해 러시아는 우리 측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제적 관례를 따르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러시아 군용기는 연중 수십 회 동해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더욱이 러시아는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지 않았고, 타국의 방공식별구역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나라는 20여 개국 정도입니다)

일각에선 러시아 국방부가 우리 군보다 카디즈 진입 사실을 먼저 알렸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시작된 한미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훈련에 대응한 시위 성격이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앞서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는 일본 도쿄에서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정상회의가 열렸던 지난 5월24일에도 사전 통보 없이 카디즈에 진입한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