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제천화재 수사 속도…화재원인·늑장구조 논란 규명에 초점

by신상건 기자
2017.12.25 19:00:00

건물주·관리인 체포 이어 자택 압수수색 나서
시설 점검업체 등 추가 압수수색도 검토
합동조사단 꾸려 초기대응 적정성 여부 검증

△ 충북 제천시에 자리한 노블 휘트니스앤스파 전경 (사진=신상건 기자)
[사진·글(제천)=이데일리 신상건 김성훈 기자]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청북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건물주와 관리인에 체포 영장 청구와 압수수색에 이어 소방시설점검업체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인재(人災)임을 보여주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규명해야 할 화재 원인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먼저 건물주와 관리인에 대한 건물 부실관리 여부다. 경찰은 이를 위해 25일 오전 건물주 이모씨(53)와 관리인 김모씨(50)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건물주 휴대폰을 제외한 관리인 휴대폰과 차량 등 참사 당일 이들의 행적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늦어도 오는 26일 오전까지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은 현재 이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 김씨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 중이다. 건물 부실 관리 탓에 1층 천장에서 발화한 불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는 등 화재를 키운데다 2층 여성 사우나 비상구 문 앞에 철제 선반를 설치해 피해를 키웠던 점도 소방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생존자 진술 등을 토대로 1층 로비에 있는 스프링클러 알람밸브가 폐쇄돼 화재 당시 일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경찰은 5명이 사망한 8~9층이 불법으로 증축됐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2011년 7월 사용 승인 당시 7층이었던 이 건물이 이후 두차례에 걸쳐 8층과 9층으로 증축됐다. 이 과정에서 9층에 캐노피가 설치되고 음식점 영업을 하는 등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불법 증축한 경위와 무허가 시설에서 영업신고를 하고 음식점을 운영해왔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건물주 이씨가 지난 8월쯤 경매로 이 건물을 인수한 만큼 이전 소유주에 대한 조사도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10월 건물 내 사우나와 헬스장 운영을 재개했다. 제천경찰서 관계자는 “기존 건물주가 증축한 부분이 있고 현 건물주가 추가적인 증축을 한 부분이 있어 이 부분이 불법인지에 대한 법률적인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지난달 해당 건물 소방안전 점검에서 2층 내부는 빠진 것으로 확인하면서 이날 오전 강원도 춘천시 소재 소방시설점검업체 J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검토 중이다. J사는 지난달 말 스포츠센터 건물 소방안전점검을 진행했다.



경찰은 J사와 스포츠센터 건물 관리 주체 등을 상대로 소방 관련법에 따라 매년 1~2회 의무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표’, ‘소방시설 등 작동기능점검표’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이 J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들은 건물주의 관리와 함께 J사의 점검 부실 여부를 입증하는 중요 단서가 될 전망이다.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쟁점인 만큼 합동조사단을 꾸려 사실 확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족 측이 주장하는 화재 초기에 2층 대로변 유리창 파기 여부와 굴절 사다리 사용 지체 등에 대해 유족들과 소방당국이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서다.

이에 소방청이 소방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내달 10일까지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한다. 이후 같은 달 12일쯤 개선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합동조사단은 변수남 소방청 119 구조구급국장을 단장으로 내외부 전문가 24명으로 구성한다. 조사단은 △조사총괄반 △현장대응반 △예방제도반 △상황관리반 △장비운용반 등 5개반으로 구성한다.

조사총괄반은 합동조사 총괄업무를 담당하고 소방활동 관련 법률적 검토작업을 펼친다. 현장대응조사반은 화재 진압과정과 인명구조작업 등 소방활동 전반에 관한 조사, 예방제도 조사반은 소방방화시설과 안전관리 실태 등 화재예방 전반을 점검한다. 상황관리조사반은 상황접수·보고·전파 등 상황관리, 장비운용조사반은 고가·굴절차 특수차량 조작능력 등 운영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

또 다른 제천경찰서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해 관계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공조해 객관적인 자료 확보 등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