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성장률 나왔지만…정부 의존 여전한 한국경제

by김정남 기자
2016.07.26 10:39:44

한국은행, 2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 발표
0.7% 성장률…"예상보다 높은 수치 나와"
신중론도 여전…"민간활력은 여전히 낮아"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리 경제가 바닥을 다지는 것일까.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0.7%를 기록했다. 부진의 늪에 빠졌던 올해 1분기(0.5%↑)보다 오른 수치다.

경제계 전반은 “예상보다 잘 나왔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반등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소비와 건설투자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1분기와는 성장의 ‘내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3% 이상(3.2%) 성장해 눈길을 끈다.

다만 여전히 저성장 국면이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1분기 부진이 워낙 극심한데 따른 기저효과가 엄연히 작용한 탓이다. 민간소비의 상당부분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임시공휴일 지정 등 정부 정책에 의존하기도 했다. 민간의 활력보다 정부의 정책에 경제가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26일 내놓은 올해 2분기 실질 GDP 속보치를 보면, 2분기 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때와 같은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3.2% 성장했다. 이는 7분기 만의 최고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민간소비의 증가다. 2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9% 증가했다. 1분기(-0.2%) 때와 비교하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한 것이다. 민간소비가 GDP에 기여한 정도도 0.4%포인트로 각 지출항목 중 가장 높았다. 그만큼 2분기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했다는 뜻이다.

김현정 한은 국민소득총괄팀 차장은 “내구재와 준내구재의 소비가 늘었다”면서 “정부의 소비활성화 대책에 따른 자동차 개소세 인하 효과도 있었다. 휴대폰 신제품도 잘 팔렸다”고 했다.

기업의 설비투자도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 2분기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2.9% 성장했는데, 이는 1분기(-7.4%)와 비교해 크게 오른 것이다. 설비투자가 성장률에 기여한 정도도 1분기 -0.6%포인트에서 2분기 0.2%포인트로 올랐다.

1분기 성장을 이끌다시피 했던 건설투자는 약간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버팀목 역할을 했다. 2분기 성장률은 2.9%로 1분기 6.8%보다 하락했고 성장 기여도(1.0%포인트→0.4%포인트) 역시 떨어졌지만,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2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을 전년 동기와 비교해보면 10.6%나 올랐다는 게 그 방증이다.

김현정 차장은 “주거용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건설투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수출의 증가에 힘입어 제조업도 뛰어올랐다. 2분기 제조업 GDP 증가율은 1.3%를 기록했다. 1분기(-0.2%) 때와 비교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자동차와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반면 2분기 정부소비는 다소 줄었다. 0.2%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1분기(1.3%)보다 낮은 수치다. 성장 기여도도 0.2%포인트에서 0%포인트로 낮아졌다.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앞으로 전망한 수준이 유지된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한 대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생각보다 좋게 나왔다. ‘서프라이즈’ 성장률로 보여진다”면서 “올해 하반기도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효과가 있어 2분기 정도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2분기 성장률을 0.5%로 전망했다. 시장 전망치 역시 0.6%를 넘지 않는 기류였다.

다만 추세적인 반등인지 확인하려면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최악의 부진을 보인 1분기와 비교한 기저효과가 컸다는 분석과 함께 민간소비의 상당부분은 정부 정책(개소세 인하)에 기댄 측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민간 쪽 소비를 정부의 힘으로 밀어올렸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개소세 인하 마지막달인 지난달만 봐도, 국산차 5개사의 국내시장 판매량이 두자릿수로 급등할 정도로 과열됐다.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자동차(000270),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003620)가 자체 집계한 지난달 완성차 판매실적을 보면, 내수시장 판매량은 16만106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1% 늘었다. 5월에 이은 두 달 연속 두자릿수 성장이다.

김영태 부장은 “2분기 민간소비에서 개소세 인하에 따른 승용차 소비 증가가 상당 폭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런 민간소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벌써 ‘판매 절벽’ 우려가 나오고 있다.

2분기 설비투자 역시 1분기보다 올랐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수준으로는 미약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 오히려 감소한 게 그 흔적이다.

정부가 이같은 노력을 기울임에도 분기별 성장률이 0%대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1.2%를 끝으로 0%대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0.7%, 올해 1분기 0.5%, 올해 2분기 0.7% 등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추경 덕에 하반기 경제도 상반기 수준으로 갈 것”이라면서도 “민간의 경제 자생력을 회복이 안 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