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먹고 배탈 날라..시장 "걱정이 앞선다"(종합)

by김상욱 기자
2010.11.16 11:46:54

막대한 인수자금..`경영에 부담으로 작용` 전망
현대건설 및 기존 계열사 향후 전망 불투명

[이데일리 김상욱 기자] 현대그룹이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룹차원에서 일관되게 추진해온 인수전이었지만 상당부분 현대차그룹의 우세가 점쳐졌던 만큼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셈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못하다. 인수자인 현대그룹은 물론 현대건설의 전망에 대해서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은 모습이다.

실제 현대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계열사인 현대상선(011200), 현대증권(003450), 현대엘리베이(017800)터는 모두 하한가를 기록중이다. 현대건설(000720) 역시 하한가로 하락했다.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무엇보다 월등히 많은 인수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약 4000억원 정도 많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인수가격이 5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풀베팅을 한 셈이다.

문제는 이 자금들이 결국 현대건설을 포함한 그룹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종효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그룹이 차입금이 많은 상황인데, 앞으로 인수자금을 어떻게 충당할 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주가 측면에서도 이 부분이 반영될 것"이라며 "추가로 더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인수했어야 현대건설 입장에서 투자 등 시너지적인 면이나 경영권 안정화 측면에서 나았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아쉬운 결정"이라고 했다.

송흥익 대우증권 연구원 역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데 자기 돈보다 타인의 돈을 더 끌어들였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향후 현대건설에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부담은 결국 기존 계열사는 물론 현대건설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수금액이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향후 현대그룹이 어떻게 인수자금을 조달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경우에 따라선 현대건설 자산매각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현대그룹이 자금조달과 관련한 청사진을 발표해야 현대건설의 주가도 진정될 것"이라며 "앞으로 이익중심의 보수적인 경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열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재무 불확실성으로 인해 당분간 현대건설 주가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인수금액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로 인한 차입금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차입금 비중과 조건 등이 알려져 있지 않다"며 "재무불확실성이 현대건설 주가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향후 현대건설의 자산 매각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물론 현대상선 등 인수전에 참여한 계열사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정서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로 인해 현대상선 주가가 예측하기 힘든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

그는 "향후 지분 매각 이슈가 제기될 수도 있고, 일부에서는 과거 아시아나항공처럼 유동성 리스크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용범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서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는 인수 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이와 관련된 유상증자 이슈가 주가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연구원은 또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사라진 것 또한 부담 요인"이라며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보유자산 가치가 크지만,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사리짐에 따라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성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 역시 "현대상선을 포함한 현대그룹주 주가에 당분간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경영권을 노린 추가 M&A 가능성이 사라져 프리미엄이 제거될 우려가 있다"며 "인수 금액이 상당이 크게 제시된 가운데 현대상선으로서는 자금 조달 우려와 함께 선박사업에 투자할 기회가 빼앗긴 점이 아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 자금 조달내역을 볼 때, 현대상선은 올해 말 7000억원을 부담해야 하고, 내년부터 3년간 전환사채(CB)와 장기차입금 등으로 매년 1조원씩을 상환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